뿔뿔이 흩어진 민주 탈당 비명계…‘제3지대 빅텐트’ 가능할까 [미드나잇 이슈]

이낙연·김종민 공동대표 ‘새로운미래’ 출범했지만…내부갈등 표출
민주 탈당파 3인방 중 2명 이탈…“수평적 열린 통합 원칙 안지켜져”
보수·진보 ‘빅텐트’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이준석 “갈수록 멀어져”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비명(비이재명)계 4인이 결국 뿔뿔이 흩어진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민주당은 ‘이재명당’ 아니다”라며 하나로 뭉쳤던 ‘원칙과 상식’ 4인방(김종민 윤영찬 이원욱 조응천 의원) 가운데 윤 의원은 민주당에 잔류했고, 김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와 ‘새로운미래’ 공동창당, 이 의원과 조 의원은 ‘미래대연합’ 독자노선을 선언했다. 이들이 흩어지면서 진보진영 제3지대의 응집력도 타격을 입게됐다.

 

이낙연,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 공동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두 정당은 '새로운미래'라는 당명으로 공동 창당했다.    뉴시스

◆이원욱·조응천, ‘새로운미래’ 공동창당 불참

 

‘미래대연합’의 이원욱·조응천 의원은 4일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와의 공동 창당에 불참했다. 이 의원과 조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중앙당 공동 창당대회 도중 입장문을 내고 “더 큰 통합을 위해 오늘 저희는 합당에 참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공동 창당대회 당일 불참을 선언한 것은 제3지대 빅텐트 구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 이견과 두 정치 세력의 헤게모니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새로운미래 참여는 영혼 없이 몸만 얻어 주는 일”이라며 “통합을 위해 신명 나게 일할 수 없는 과정으로, 상상력의 정치로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저희 결심을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공동 창당을 새로운미래로의 ‘흡수 통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합의 원칙은 수평적 통합, 열린 통합이며, 새로운미래와 통합 추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정당의 헌법인 강령과 당헌은 반드시 합의돼야 할 사항이지만 일방적 의결이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들은 또 “가치와 비전 중심의 통합을 주장해온 우리가 ‘묻지마 통합’을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가치와 비전으로 더 큰 통합을 위해 뛰겠다. 그 길에 오늘 출범하는 새로운미래도 함께해주길 기원한다”라고 덧붙였다. 당초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는 가칭 ‘개혁미래당’을 당명으로 공동 창당에 합의했으나,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의 빅텐트 추진 방안 및 당명 등을 놓고 전날까지 내부 이견이 표출되며 합의 무산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두 사람을 제외하고 두 신당 창당 세력은 공모에서 가장 많은 의견이 나온 ‘새로운미래’를 통합 신당의 당명으로 삼기로 하고, 이날 창당대회에서 공동대표로 김 의원과 이 전 대표를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이 공동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무능하고 타락한 정권과 야당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지난 2년간 처절하게 목격했다”며 “망국적인 양당 독점의 정치 구도를 깨뜨리고, 모든 것이 불안한 윤석열 정부를 가장 준엄하게 심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부패와 부도덕의 늪에 빠진 민주당을 대체하겠다”며 “그들이 못하는 정권심판과 정권교체를 우리가 하겠다.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양당 독점의 정치 구도를 깨뜨리는 일이 우리 새로운미래의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제3지대 빅텐트 가능할까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은 전날 공동 창당대회 무산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갈등을 노출한 바 있다. 전날 새로운미래 이석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내일 창당대회는 우리 측만으로, ‘새로운미래’라는 명칭으로 하기로 했다”는 글을 올렸다. 조금 뒤에는 “우리측 인사로부터 그와 같은 설명을 들었으나, 미래대연합 측은 내부 토의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고 하므로 그쪽의 입장 정리를 기다려보겠다”며 이를 번복했다. 이후 미래대연합 박원석 공동대표는 기자들에게 “공동창당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각론을 두고 다양한 시각이 제기된다. 특히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어떻게 ‘제3지대 빅텐트’를 꾸릴지를 놓고 생각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미래대연합 관계자는 “빅텐트로 향하는 경로에 견해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이 전 대표의 출마 문제를 놓고도 그간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이 전 대표는 애초 총선 불출마를 못 박았으나, 김 의원은 이 전 대표가 호남에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낙연,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 공동 창당대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두 정당은 '새로운미래'라는 당명으로 공동 창당했다.   뉴시스

결국 공동 창당은 예정대로 이뤄졌지만, 미래대연합 주축 3인방 중 2명이 이탈하면서 응집력은 약해졌다. 새로운미래 출범으로 ‘빅텐트’ 논의 주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가 합당한 ‘개혁신당’,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 선택’ 3개로 압축됐다.

 

다만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빅텐트가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이낙연 측에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YTN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개혁 정책들을 발표하는데 이낙연 전 총리 쪽에서는 통합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정치공학적 통합만 이렇게 주창하다 보면 과거 바른미래당 사례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우리는 같이 할 수 없는 인사가 있다는 것을 한 달째 구체적으로 전달 중”이라면서 “안 되는 조건을 이야기했는데도 불안한 것인지 숫자만 늘려간다. 그래서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 공동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날 두 정당은 '새로운미래'라는 당명으로 공동 창당했다.    뉴시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4일 ‘새로운미래’ 창당대회 축사에서도 “지금 시점에서 저희가 가진 이견이 작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무턱대고 합치면 이긴다는 얘기에서는 거리를 두고 우리가 어떻게 빠르게 공통분모에 합의할 수 있느냐를 두고 진지한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는 언제든지 각자의 위치를 존중하는 상태에서는 그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새로운미래 대표자들에게 말씀드렸고, 그 답변은 개혁신당의 대표로서 유효하다”며 “언론에선 ‘중텐트’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제 설이 다가오는 과정에서 서로간 대화를 시작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함께 자리한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는 이날 “지난 한달간 제3지대의 모습은 주도권 다툼, 뺄셈의 정치였다”며 “어떻게 아직도 조건이 안 맞아서 함께 하지 못 한다는 말을 할 수가 있나. 여기서 통합하지 못하면 우리는 모두 패배자가 되는 것”이라고 조속한 빅텐트 논의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진짜 우리의 속마음이 비례대표 몇 자리를 더 차지하려는 것이라면 신당은 여기서 접는 것이 낫다”며 “국민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원수처럼 싸우지 말고 대화하고 머리를 맞대고 타협하면서 힘을 합치는 정치의 기본을 보여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