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불황에… 2023년 임금체불 1.8조 '역대 최대'

2019년 1조 7217억원 넘어서
관급공사 현장 41곳도 지급 안 돼
"체불 만연… 범정부적 대책 필요"

조선업 하청업체로 울산 울주군에서 선박 부품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A(49)씨는 최근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제때 주지 않았다가 법정에 섰다. 퇴직근로자 54명의 임금 3억1889만원을 주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된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퇴직했을 때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 금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임금을 못 받은 근로자 중 36명이 A씨의 처벌을 원하고 있고, 그 금액도 매우 많다”며 “다만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 46명의 임금 2억6800만원을 대신 지급, 일부 근로자가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공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비슷한 시기 울산 북구선 입시학원을 운영한 50대 부부가 학원강사 3명의 퇴직금 5430만원을 주지 않았다가 벌금 300만원과 2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한 건설사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임금 체불로 고통받는 근로자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원이다. 역대 최대였던 2019년 1조7217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줄어들던 임금체불액이 늘어난 건 경제활동이 정상화한 것과 함께 건설업 체불이 증가한 때문으로 고용노동부는 분석하고 있다. 최근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간 태영건설의 공사 현장에서도 하청 근로자의 임금체불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지난 1일 서울시청 등 전국 14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건설현장 139곳에서 59억8700만원의 임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노조는 민간 공사뿐 아니라 관급공사 현장 41곳에서도 24억3000만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금 체불 사례는 전국에서 확인된다. 전남 목포에선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근로자 31명의 임금 6728만원을 주지 않은 사업주 B씨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사진=뉴시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B씨가 임금체불로 구속됐다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된 뒤에도 검찰조사에 불응하고,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검찰이 직접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대구에선 지역 공사현장 4곳에서 일한 748명의 임금 18억6000만원을 주지 않은 건설회사 대표가 불구속 기소됐다. 강원 홍천군 리조트 신축공사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 464명은 지난해 12월 임금 11억원을 못 받았고, 임금 지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임금을 체불했던 50대 한 업체 대표는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재판이 진행된 뒤에야 밀린 임금을 모두 지급해 선고가 유예됐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가 50명 이상이거나 피해 금액이 10억원을 넘는 경우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