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 이야기 계속 그려나갈 것”

3개월 만에 다시 한국 찾은 ‘괴물’의 고레에다 감독

일본, ‘모두가 같아야 한다’는 동조압력 심해
획일화된 사회 불편… 정해진 대로 아닌
항상 의문 던지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 제작

한국 영화제작 환경 일본보다 잘 갖춰져
한국 배우들과 함께하고 싶은 기획 많아

“연출의 방향성에 대해 가족을 예로 들어 말씀드리자면, ‘이런 형태를 가족이라고 부르면 안 되나, 우리가 가족이라고 부르는 형태는 그들보다 밀접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연출하곤 합니다. 우리가 항상 정해진 대로 가족이라고, 부모·자식이라고 생각하는 걸 흔들고 의문을 던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이러한 선택지가 있지는 않을까, 제가 만들어서 제안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영화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괴물’의 국내 누적 관객 50만 돌파와 맞물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데 이어 3개월여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일본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배급사인 뉴(NEW)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영화관과 영화에 얽힌 뒷얘기를 풀어놨다.

영화 ‘괴물’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5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이유를 알지 못하고 끝나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괴물’은 보이는 것만으로 모든 걸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디어캐슬 제공

그는 획일화된 사회를 불편하게 여겼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일본은 특히나 심한 ‘동조 압력’이라는 게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비슷해야 한다’, ‘보통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굉장히 강한 사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배제하는 그런 구조가 굉장히 강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사회에서 ‘소수’는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제가 느끼기에 한국은 ‘새롭게 변화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고, 일본은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영화로 꼭 돌파구를 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영화 속에서 그려가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어찌 보면 괴물 속 ‘이지메’(집단 따돌림)나 소년들의 행동 역시 이런 감독의 시각을 반영하는 듯하다. 다만 이번 영화는 고레에다 감독의 기존 영화와 달리, 일본의 유명 각본가인 아닌 사카모토 유지가 쓴 작품이다.

영화 ‘괴물’은 똑같은 사건을 부모와 아이들, 선생님의 시야를 중심으로 조망함으로써 우리가 눈으로 본 장면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일깨워 준다.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감독 역시도 ‘괴물’의 모든 부분을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털어놨다.

영화 ‘괴물’의 두 소년은 숨겨진 아지트에서 남들 모르게 우정을 키운다.

“우리가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이유를 알지 못하고 끝나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속에도 해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영화 속의 엄마(인물)도 결국은 모르고 끝나는 행동들이 있고, 관객이 보았을 때도 알 수 없도록 장치가 돼 있는 것입니다.”

그는 배우들도 영화 속 상대방의 입장을 모른다는 전제하에 연기하도록 연출했다고 한다. 많은 의문과 관객의 생각을 의도하는 영화는 독립영화 영역에서는 드물게 롱런하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 지난해 11월29일 개봉한 이래 지금까지 독립영화 순위 2위를 기록 중이다.

아역 배우의 귀여우면서도 빼어난 연기,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을 만큼 훌륭한 각본, 이제는 고인이 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 그리고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이 어우러진 결과다.

영화의 흐름은 고전 명작으로 꼽히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을 떠올리게 한다. 1950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세 인물이 하나의 사건에 대해 다르게 진술하며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고레에다 감독은 비슷하게 볼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두 영화는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만들 때 라쇼몽은 언급되지 않았어요. 라쇼몽은 각각 자신의 주관적 진실을 따로 얘기해 나간다는 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괴물과 구조가 꽤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영화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 명감독은 배우 송강호 등과 함께 한·일 합작영화 ‘브로커’를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도 한·일 협업의 의지는 큰 듯했다.

“아직 비밀입니다. 네, 구체적으로는 움직이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실현되길 원하는 기획이 많아요. 또다시 배우들과 함께하고 싶은 기획이 있습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더 빨리 고령화됐기 때문인지 그는 한국에서 젊음을 느낀다고 했다. “우선 한국 관객이 젊다고 느껴지고, 여기 자리한 기자 여러분도 젊고, 스태프분들도 젊다고 느껴져요. 에너지가 넘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한국 영화 제작 환경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브로커를 만들기 위해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영화 촬영 환경이 일본보다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하는 장소로서 매우 풍요롭고, 젊은이들이 씩씩하게 일하고, 노동시간을 포함해 (권력에 의한) 폭력에서도 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일본이 뒤처져 있지 않은가 실감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