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닷새 앞둔 5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은 주부 A씨는 매대 한편에 모아놓은 못난이 사과를 들고 이같이 말했다. 못난이 과일은 알이 작거나 일부 흠집이 있는 싸게 파는 과일이다.
시장 내 늘어선 과일가게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한참을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도 적지 않았다. 한 상인은 “원래라면 대목이어서 손님들이 북적북적해야 하는데 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며 “그나마 오는 손님들도 망설이다가 빈손으로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민족 최대 명절 설이 다가오지만 무섭게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서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설 연휴를 1주일 앞둔 지난 1∼2일 서울 시장과 백화점·대형마트 등 180곳에서 제수용품 25개 품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차례상 평균 비용은 31만602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주 전 1차 조사(1월 18∼19일·30만717원) 때와 비교해 5.1%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9만1019원)과 비교하면 8.6%나 올랐다.
품목별로는 과일이 평균 5만5743원에서 6만4699원으로 16.1% 상승하며 가장 많이 올랐다. 수산물은 평균 2만3995원에서 2만7193원으로 13.3% 상승, 채소·임산물은 5만9848원에서 6만2753원으로 4.9% 뛰었다. 축산물도 10만4620원에서 10만6287원으로 1.6% 상승하며 가공식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이 오름세를 보였다.
유통업체별로는 전통시장이 평균 24만6819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대형마트는 32만1815원, 백화점은 49만3891원으로 가장 높았다.
고삐 풀린 물가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주부 B씨는 “작년에도 물가가 올라서 차례상 차리기가 버거웠는데 올해는 더 올랐다”며 “그렇다고 아예 안 살 수도 없어서 나물 종류를 줄이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과일로 품목을 대체하려고 한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최근 대형마트를 찾았다는 C씨는 “할인행사를 한다고 해서 왔는데 별로 싸지 않은 것 같아서 장바구니에 넣었던 사과를 다시 내려놨다”며 “농수산물은 직접 보고 사는 편이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려면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는 긴급 물가 안정 대책을 추진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설까지 100억원을 추가 배정해 가격이 높은 사과·배 등에 대한 할인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농식품부는 명절에 수요가 증가하는 사과, 배, 소고기, 배추 등 농축산물 10개 품목의 공급량을 평시의 1.6배 수준으로 늘려 공급 중이다. 농식품부는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설 성수품 집중 공급, 역대 최대 할인 지원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