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화 기구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어제 본위원회를 열었다. 최고의결기구인 본위원회에서 노사정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한 건 윤석열정부 들어 처음이다. 노사정은 선언문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윤 대통령은 소통과 협력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노사정 대화가 시동을 걸었으니 다행이다.
이날 회의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 인구구조변화 대응,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일자리 등 3대 의제가 확정됐고 의제별 위원회에서 향후 1년간 주요 현안을 논의해 타협점을 찾게 된다.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사안마다 노사정 간 입장이 엇갈려 극심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연장근로시간 기준을 현행 ‘주’ 단위에서 ‘월’ 단위 이상으로 완화하려 하는데 노동계는 주 52시간 탄력적용을 반대한다. 또 노동계가 정년연장을 주장하지만 정부와 사용자는 퇴직 후 재고용·직무급제 도입처럼 선택적 운용을 선호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임금체계개편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노사정이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는 큰 틀에서 바라본다면 절충점을 찾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년연장 및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개편, 건강권 보호 등 주요 현안을 한꺼번에 협상 테이블에 올려 일괄 타협안을 도출해 봄 직하다.
노동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시대 과제다. 경직된 노동시장, 후진적인 노사관계, 낮은 생산성은 한국경제의 잠재력과 경쟁력을 갉아먹는 고질병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에서 한국 노동시장의 효율성 순위는 64개국 중 39위였다. 비효율적인 노동시장을 방치해서는 한국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늪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노동개혁은 노사정 타협 없이는 한 치도 나아갈 수 없다. 정부 의지만으로는 가당치 않다. 국회의 역할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경사노위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동개혁에 물꼬를 터야 한다. 정부는 정교한 논리와 끊임없는 설득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노동계도 투쟁과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사용자 역시 성숙한 노사관계를 확립하기 위한 대승적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