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 예고한 의협…정부, 업무개시명령 동원할 듯 [의대 정원 확대]

의협 회장 사퇴… 비대위 꾸려 파업 논의
국민 부정적 여론에 참여율 저조 관측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규모 발표에 의사 단체들이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개원의 외에 전공의(인턴·레지던트)도 휴진 등 집단행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전국 각지에서 진료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6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관련 대한의사협회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정근 상근부회장. 뉴스1

대한의사협회는 6일 오전 서울 용산 의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원 확대를 강행했다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정부는 의료계의 거듭된 제안에도 충분한 논의와 협의 없이 일방적인 정책만을 발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규모 발표 직후 “의사회원들의 신뢰와 성원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회장직을 내려놨다. 의협은 대행체제 준비에 나서는 한편, 설 연휴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인 파업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의사 단체는 의료계 전면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지만, 압도적인 의대 찬성 여론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4.6%가 의대 증원에 찬성했고, 이 중 83.2%는 ‘의사들이 파업을 하더라도 증원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규모 정부 발표를 앞둔 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규탄 포스터가 붙어 있다. 뉴스1

의협 회원들의 경우 대부분이 개원의 중심이어서 실제 참여율은 높지 않을 수 있다. 2020년 문재인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을 당시 개원의들의 파업 참여율은 6∼10%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 인력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파업에 동참할 경우 ‘의료대란’의 가능성은 다분하다. 2020년 당시 전공의들의 파업률은 70%에 달해 대형병원의 수술 일정이 미뤄지거나 외래 진료를 하지 못하는 등 환자들의 불편이 컸다.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자체 설문조사를 보면 전공의 86%가 의대 정원 확대 강행 시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응급진료센터 과밀화 진료지연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 중인 6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진료센터에 과밀화로 인한 진료 지연 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최상수 기자

정부는 의사들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날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관심’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하고 의협 집행부 등에 대해 의료법 제59조에 근거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를 명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법에 따른 면허정지 처분을 받거나, 형법상 업무방해죄 또는 이에 대한 교사·방조범으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복지부는 실제 파업이 시작되면 곧바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이를 위반하면 행정처분이나 형사고발 조치를 할 계획이다. 지난해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인은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최대 10년까지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