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낙동강 벨트’ 사수를 위해 영남권 중진들의 험지 차출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당내에서 강조해 온 ‘중진 희생’이 현실화하면서 친윤(친윤석열)계를 비롯한 다른 중진들에 대한 희생 요구가 재점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최근 부산 5선 서병수 의원(부산진갑)에게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있는 북·강서갑 출마를 요청했다. 경남 3선 김태호 의원(산청·함양·거창·합천)에게는 김두관 의원이 있는 양산을 출마를 부탁했다. 두 의원은 각각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를 지낸 지역 좌장으로 꼽힌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신 있게 의정 활동을 해 오셨고, 당이 힘들 때도 늘 당을 지켜 오신 분”이라며 “부산·경남(PK)에서 낙동강 벨트가 가장 중요하고, 사수하고 되찾아 온다면 이번 총선에서 큰 의미가 있고 승리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요청에 대해 서 의원은 수락 의사를 밝혔다. 서 의원은 통화에서 “마지막으로 당에 헌신할 기회를 기쁘게 생각한다”며 “늘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에 은혜를 받은 사람이지만, 무소속까지 출마해 나를 지켜 준 지역민들과의 약속도 가볍게 여길 수 없기 때문에 큰 고민이 된다”며 숙고에 돌입했다. 김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당의 험지 출마 권유에 반발해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공천을 받은 강석진 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영남 중진의 험지 출마가 현실화하면서 다른 중진·친윤에 대한 희생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중진 험지 출마 요구와 관련해 “당이 국민을 위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선민후사와 헌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공천 신청자 849명 중 29명을 부적격 대상자로 확정해 공천 심사에서 원천 배제하기로 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공천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범죄 경력과 부적격 여부를 면밀히 검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적격 대상 가운데 현역 의원은 없지만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전 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는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에게 불이익을 주기로 한 규정을 모든 지역구에 예외 없이 적용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지역구 일부 조정으로 다른 지역구에서 3선이 된 한기호 의원이나 민주당을 탈당해 최근 입당한 이상민 의원도 페널티 대상이 됐다. 또 대구 수성을에서 4선을 하고 수성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5선이 된 주호영 의원도 페널티 대상에 포함됐다. 공관위는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공천 신청자 면접을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