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못 낳았다는 이유로 며느리를 폭행한 것도 모자라 이를 말리던 손녀까지 내팽개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위자료를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
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산 이후 남편과 시어머니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며 이혼하고 싶다는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연에 따르면 A씨는 축산업에 종사하는 남편과 결혼해 즐거운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A씨가 아들이 아닌 딸을 출산했기 때문.
시어머니는 A씨와 손녀를 볼 때마다 “아들이 아니라서 실망스럽다”고 말했고, 남편은 그에 맞장구라도 치듯 밖에서 술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날이 늘었다. 한 술 더 뜬 남편은 술에 취한 날이면 아들을 낳지 못했다며 욕설을 내뱉고 주먹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A씨는 “처음에는 뺨 때리는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주먹을 쓰더라”며 “남편은 술에서 깨면 실수였다고 용서를 빌었다. 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고 토로했다.
이어 “남편 폭력보다 더 힘든 건 시어머니의 일상적인 폭언과 폭력으로 최근에는 제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걸 딸아이가 보고 말렸는데 시어머니가 아이까지 바닥으로 세게 내팽개쳤다”고 호소했다.
A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현재는 딸과 함께 친정집에 머물고 있다고. A씨는 “시어머니는 약식 기소됐고, 남편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될 것 같다. 아이 아빠를 범죄자 만들고 싶진 않고 그냥 이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은 쌍방 폭행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저는 맞다가 참지 못해 할퀴거나 때렸을 뿐인데 이혼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시어머니에게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사연을 들은 김규리 변호사는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가정폭력 피해를 본 경우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며 “시어머니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지만, 시어머니가 혼인 관계 파탄에 직접적 영향을 줬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시어머니에 대해 약식기소가 이뤄진 만큼 시어머니도 혼인 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한다면 위자료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A씨도 남편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봐야 하냐는 질문에는 “법원은 부부 중 한쪽으로부터 반복적이거나 심한 폭행을 당한 경우, 부부간 다툼이 일방의 폭력 행사로 인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확대된 경우, 갈등 원인을 제공하면서 심한 폭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폭행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격하게 반응했다고 해도 폭력과 동등하게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범죄자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대해선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라며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남편에 대한 처벌 불원 의사를 표시하면 수사 단계에서는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공판 단계에서는 ‘공소기각’ 판결받아 사건이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해죄’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