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탄원서'…검사가 파헤치니 챗GPT가 '대필'

검사, 문맥 벗어난 글 의심해 수사
마약사범 ‘문서 위조’로 추가 기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당내 불미스러운 일조차 정의라는 명목으로 홀로 싸우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아픔을 가진 이들을 앞장서서 도와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참된 위원장의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마약 사범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라고 하기엔 왠지 어색한 문장이다. 이는 다름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만든 ‘가짜’ 탄원서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검사 김해경)는 지난 1일 김모(32)씨를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추가로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서울구치소에서 지인에게 챗GPT로 조작한 경기 고양시체육회 김모 팀장 명의의 탄원서를 전달받아 김 팀장 이름 옆에 자신의 지문을 찍어 검찰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필로폰을 2차례 투약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심 재판 도중 법정 구속된 김씨는 가족이나 지인 명의의 탄원서를 수차례 제출하며 보석을 통한 석방을 시도했다. 공판2부의 정기훈(사법연수원 44기) 검사는 문제의 탄원서를 검토하다 그 내용과 문체를 수상히 여기고 진위를 확인하는 수사에 착수했다.

 

‘고양시 발전에 기여’ 등 긍정적 표현 일색이었으나 실제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던 데다, 번역문처럼 문장이 전반적으로 부자연스러워 구글 번역기나 문서 생성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고 한다.

위조된 탄원서. 서울중앙지검 제공

정 검사는 지난달 16∼30일 고양시체육회 사실 조회, 당사자인 김 팀장, 김씨와 지인 조사 등을 통해 김씨 지인이 김씨의 부탁을 받고 챗GPT로 만들어 낸 문서임을 밝혀냈다. 김씨 지인은 김 팀장의 명함을 참고해 고양시체육회, 공익 활동 등 키워드를 챗GPT에 입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난달 11일 마약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3개월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