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초반 경선에서 트럼프 대세론이 불붙고 본선 대결도 그의 승리를 점치는 여론조사가 나온다. 벌써 트럼프 2기 내각 후보까지 거론된다. 트럼프 복귀가 현실화하면 미·중 경쟁이 한층 격화하고 우크라이나와 중동전쟁 등 국제정세도 혼돈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가실 줄 모른다.
트럼프는 공약집 ‘어젠다 47’에서 “우리는 안보 분야에서 바보같이 돈을 많이 썼다”며 재집권 때 미 우선주의 부활을 예고했다. 최근 유세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2000억달러 이상을 썼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도 그만큼 방위비를 분담해야 한다”면서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국제사회는 좌불안석이다. 나토 사무총장이 지난달 말 트럼프 공약집을 발간한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 달려가 “미국 혼자 중국의 도전을 관리할 수 없다”며 “나토는 미국에 좋은 거래”라고 달랬다. 일본·독일·캐나다 등 주요국들도 트럼프 캠프 인사와 접촉하며 자국에 불이익이 될 정책의 방향을 트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 외풍에 취약한 한국은 최대 피해국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처럼 미군철수를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할지 모른다. 캠프 관계자들은 비핵화 대신 북핵을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다. 미·중 통상전쟁 격화로 중국 제품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우리의 대중 수출도 치명상을 입을 게 자명하다. 트럼프는 또 당선되면 취임 첫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지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거나 대규모 투자를 결행한 국내 반도체·자동차·배터리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무역협회가 어제 주요 시장별 수출확대전략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을 대비해 경제·통상 관련 공약을 점검하고 현지 공화당 인사 등에 대한 접촉도 넓혀 나간다고 한다. 만시지탄이다. 트럼프 2기가 몰고 올 외교·안보와 경제충격은 가늠하기 힘들다. 이제라도 대통령실과 정부는 캐나다처럼 범부처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정교한 대비책을 짜야 한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한미가치 동맹의 훼손을 막되 자체 방위력 강화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제무역 위축에 대비해 수출 다변화, 첨단기술 경쟁력 강화 등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