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당론을 정한 더불어민주당이 8일 녹색정의당·새진보연합·진보당에 통합비례정당 구성을 위한 연석회의 참여를 공식 제안했다. 이들 3개 당은 원내 정당으로 ‘국민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우선 논의 대상이란 설명이다. 이른바 ‘송영길·조국 정당’의 비례정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민주당 민주개혁진보연합(민주연합) 추진단장을 맡은 박홍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선적으로 국민 대표성을 지닌 원내 3개 진보정당 그룹과 그간 연동형제 유지를 주장해온 (시민사회 인사 모임인) 연합정치시민회의와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당 안팎에서 우려가 나왔던 송영길·조국 신당은 일단 비례정당 추진 논의에서 빠진 모습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 수감 중인 송영길 전 대표는 옥중에서 정치검찰해체당(가칭) 창당을 추진 중이다.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 전 장관은 이날 입장문에서 “4월10일은 민주주의 퇴행과 대한민국 후진국화를 막는 시작이 돼야 한다”며 “저의 작은 힘도 이제 그 길에 보태려 한다”고 해 사실상 총선 출마 뜻을 분명히 한 상태다. 박 의원은 이들의 추후 비례정 합류 가능성에 대해 “창당도 안 돼 있거나 원내 진입이 안 된 정당들과 관련해서는 논의된 게 아직 없다”고 했다.
추진단은 “맏이 격인 민주당이 무거운 책임을 가지고 선거연합을 주도하겠다”며 비례 연합을 위한 3대 원칙으로 △공동 총선 공약 △공정하고 민주적인 인재 선발 시스템 △이기는 후보로의 지역구 단일화를 내세웠다.
이 중에서도 정당 간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게 지역구 단일화 문제다. 당장 경기 고양갑의 경우 현역인 녹색정의당 심상정 의원으로, 전북 전주을은 진보당 강성희 의원으로 단일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럴 경우 해당 지역에서 출마 채비를 갖춘 민주당 후보 측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녹색정의당 여영국 전 의원은 최근 경남 창원성산 출마를 선언하면서 “(상대방이 양보하는) 그것이 아닌 상황은 받아들이기 곤란하다”고 민주당 등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누가 본선에서 이길 것이냐다. 본선 경쟁이 없는데 단일화하는 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후보 순번 배분을 놓고도 정당 간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21대 총선 당시 더불어시민당은 1∼10번을 소수정당·시민사회에 배분한 바 있다. 전날 새진보연합 용혜인 상임선대위원장은 민주당·소수정당을 번갈아 배치하자고 제안했다. 연합정치시민회의는 특정 정당이 50% 이상을 추천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진단은 설 연휴 직후에는 비례 의석수 배분이나 순번 등을 놓고 3개당·연합정치시민회의과의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통합비례정당이 ‘꼼수 위성정당’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애초에 기형적인 제도를 만든 것도 민주당이고, 고칠 수 있으면서도 고치지 않은 것도 민주당”이라며 “통합형 비례정당이라는 번지르르한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민주당의 위성정당은 우리 선거 사상 최대의 짬짜미판이 될 모양새”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비례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을 오는 15일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불출마 선언을 한 장제원 의원이 국민의미래 대표로 거론되는 데 대해 장동혁 사무총장은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