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파업 전운에… 중수본, 비상체계 점검 ‘공백 최소화’

의대 증원 갈등 고조

대전협, 12일 총회서 대응 논의
“의협과 별개… 전공의 주축될 것”
복지부는 ‘파업 엄단’ 연일 경고
“모든 수단 동원해 범정부 대응”

지역인재 졸업생 정주율 71%달해
“대학 자발적으로 선발 늘릴 듯”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막기 위해 투쟁 노선에 돌입하고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 전운이 깊어지고 있다.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은 설 연휴 후 12일 열리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와 전공의들의 실기시험이 끝나는 15일 직후가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잡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엄단하겠다고 경고했다.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8일 회의를 열고 의사 집단행동에 대비해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했다. 회의에는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고용부, 경찰청 등 10개 부처가 참여했다. 중수본은 의사 집단행동 동향을 관계부처 간 공유하고 집단행동이 현실화하면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기로 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에 대비해 “법에 규정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범정부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사단체의 구체적인 집단행동 계획은 이번 설 연휴가 끝나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날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비대위원장 등 집행부를 구성하고 파업 방식과 일정 등을 논의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집단행동을 결의하더라도 오는 15일 이후에나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전공의들이 치르는 전문의 실기시험이 진행 중이어서 당장 집단행동을 하긴 힘들어서다.

 

앞서 각 대형병원 전공의들은 집단행동 참여 여부를 두고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참여 여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 전공의들도 집단행동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협이 집단행동을 결정하면 거기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다만 박 차관은 “공식적으로 파업을 결정한 곳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오는 12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대전협은 의협과 상의는 하되 투쟁은 따로 할 방침이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의협 입장이 어떻든 따라가진 않을 것”이라며 “이번에도 주축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들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와는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설 경우 문자메시지 등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게 전공의 약 1만5000명의 개인연락처를 확보할 계획이다.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에도 전공의 집단행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의료법과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등에 따라 행정처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련병원들은 아직 파업일정이 나오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단 입장이다.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한편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의 큰 원칙을 ‘비수도권 의대 중심’으로 잡고 지역인재 선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실제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 의대생의 졸업 후 지역 정주 비율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교육계에 따르면 지역 거점 국립대인 A대 의대의 2023학년도 졸업생 취업 지역 분석 결과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 경우 해당 지역 취업 비율은 71%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 입학생의 지역 취업 비율(51%)보다 20%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역인재 전형은 해당 지역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다. 정부는 2023학년도부터 비수도권 의대에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 40% 선발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번에 의대 정원을 늘리면서는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6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잡았다.

 

다만 의무 선발 비율 자체는 손대지 않고, 늘어난 정원을 배분하거나 ‘글로컬대학’ 등 대학 재정지원사업에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고려하는 식으로 간접 규제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의료 인력 확충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인재 선발 비중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