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에 전화로 보석 허가 신청…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실형

보석 허가 청탁을 빌미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장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 김효진 부장판사는 8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광주지역 A변호사(61)에게 징역 8개월에 추징금 8000만원, 대전지역 B변호사(57)에게 징역 1년에 추징금 1억2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법조 브로커 C씨(60)에게는 징역 1년에 추징금 1억4900만원 상당이 선고됐다.

 

부장판사 출신인 A·B변호사는 재개발사업 입찰 방해로 구속 기소된 자영업자 D씨에게 “보석 허가를 받게 해주겠다”며 2020년 6월 2억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B변호사는 선임계를 내지 않고 D씨에 대한 변호를 진행, 변호사비를 받아 몰래 변론한 혐의를 받았다.

 

2021년 12월 공소장이 접수된 이 사건은 2022년 12월까지 진행되다 재판부 변경, 주요 증인인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의 의정 활동 등으로 재판만 25개월째 이어졌다.

 

B변호사는 D씨의 사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당시 해당 사건 재판장이자 과거 대전법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장동혁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공소를 제기했다.

 

이후 장 의원은 총선 출마를 선언했고, D씨에 대한 보석을 허가한 뒤 법복을 벗었다.

 

A변호사는 “돈은 재판 성공 사례금으로, 미리 받아서 보관했을 뿐 장 부장판사에 대한 어떠한 부정 청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B변호사는 재개발사업 관련 사건을 A변호사가 맡게 됐다. 피고인은 경찰 수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다가 혐의를 인정하고, 합의를 하는 등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해당 사건 기록을 잘 살펴봐달라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들 변호사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효진 부장판사는 “변호사 지위의 공공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의 범행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피고인들은 공동 공모 정범으로써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변호사는 재판장에게 전화를 한 것은 변호사의 정상 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선임계를 미제출한 점, 1억2000만원을 A변호사를 통해서 현금으로 받은 것, 지방변호사회 등에 이 금액을 신고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재판장과의 친분으로 보석 허가를 해주겠다는 명목의 선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은 지역사회에서 인망을 얻은 변호사들로 이 사건 이전엔 법조인으로 성실히 업무를 수행했다”며 “그러나 이 사건의 변호사로서 기본적인 변호사의 의무를 도외시하고 재판장과의 친분 관계를 내세워 범행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범행은 형사사법의 공정성을 저해해 일반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범행으로 얻은 이익의 규모와 피고인들의 역할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