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불화설 돌던 잘루즈니 총사령관 전격 경질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새 총사령관에 임명
수도 키이우 방어 전담해온 지상군 사령관
“잘루즈니에게도 팀에 남아달라 부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자신과 불화설에 휩싸여온 발레리 잘루즈니 육군 총사령관을 해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잘루즈니 사령관을 해임하고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를 새 육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시르스키 장군은 지상군 사령관을 맡아 수도 키이우의 방어를 전담해온 인물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발레리 잘루즈니 군 총사령관. 젤렌스키 대통령 제공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잘루즈니 사령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2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켜준 그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와 나는 누가 우크라이나군의 새로운 지도부가 될 수 있을지를 논의했고, 그에게도 팀의 일원으로 남아달라고 제안했다”고 적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에는 즉각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2022년과 2024년의 임무는 다르다. 모두 새 현실에 맞춰 적응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해임은 예견된 일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새 시작이 필요하다”며 꾸준히 군 지도부 교체를 시사해왔다.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젤렌스키가 잘루즈니에게 해임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잘루즈니는 지난해 말부터 젤렌스키 대통령과 마찰을 빚어왔다. 그가 젤렌스키의 정책 방향에 공개적인 이견을 표명하면서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지난해 11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졌음을 인정하며 서방의 지원을 통한 공군력 등의 보강이 아니면 “우리에게 깊고 아름다운 돌파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의 추가 군사 지원을 끌어내지 못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무능을 지적한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도 곧장 반박했다. 젤렌스키는 전선이 교착상태에 있지 않다며 총사령관의 발언은 “침략자를 도와주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12월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도 ‘부패와의 전쟁’을 펼치겠다며 전국 병무청장을 전원 해임한 젤렌스키의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고, 이들을 둘러싼 불화설의 크기는 꾸준히 커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