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고금리에 위축됐던 2023년 기업금융시장…2024년 전망은

지난해 경기 둔화 여파로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가 전년 대비 3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 및 회사채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조달 여건이 악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회사채 및 주식 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대출은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강화 움직임 등으로 증가세가 제약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KDB미래전략연구소의 ‘2023년 기업금융시장 분석 및 2024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1∼11월 증감액 기준)는 124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81조2000억원) 대비 31.2%(56조5000억원) 줄었다. 보고서는 해당 기간 기업의 은행 대출 잔액 증감액을 ‘간접금융’ 규모로, 회사채 순발행액과 주식 발행액을 더한 액수를 ‘직접금융’ 규모로 분류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11월 기업 간접금융 규모는 83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81조2000억원)와 비교해 30조7000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 자체는 80조원 이상 늘긴 했지만, 증가 폭이 2022년 1∼11월보다 30조원 넘게 축소됐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기업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하반기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후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고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기업 대출 금리는 2021년 8월 2.56%에서 지난해 11월 5.29%로,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2.93%에서 5.42%로 각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1월 기업 직접금융 규모는 41조3000억원으로, 1년 전(67조1000억원)보다 25조8000억원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기업 자금조달 규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3년간(2017∼2019년) 평균 조달규모(간접금융 48조7000억원, 직접금융 21조9000원)보다는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연구소는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조달 여건이 악화한 점이 기업 자금조달 규모 축소를 이끌었다고 봤다. 보고서는 “기업대출 및 회사채 시장금리가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조달 여건 악화세가 지속했다”고 짚었다. 

 

올해 간접금융시장은 완만한 경기 회복 등으로 기업대출 잔액 증가세가 이어지지만, 증가 규모 자체는 지난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은행권의 여신 건전성 관리 강화 기조 등에 따라 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기업의 대출수요가 지속해 기업대출 잔액은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기업 신용위험 증가와 은행권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인해 증가액은 전년 대비 소폭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회사채 발행은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발행 여건 개선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올해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163조원)이 지난해(143조원) 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기업의 자금 수요 증가 등으로 채권 순발행은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식 발행 규모 역시 반도체·이차전지 등 기업들의 신산업 투자수요 증가와 긴축 기조 완화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