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CRE) 문제가 다시 시장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부실 파문이 어디까지 번질지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현재로써는 시스템적 위기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이 본격화될 때까지는 추가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계기는 미국 지역 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이하 NYCB)가 상업용 부동산 대출 손실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에 주가하락·신용등급 강등 등의 위기를 겪은 전후다. NYCB는 6거래일간 주가가 57% 하락하는 등 97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오랫동안 미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혀왔던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는 흐름이 관찰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는 분위기다. 2022년 이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긴축 및 재택근무 확대, 전자상거래 증가 등의 영향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전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고점(2022년 7월) 대비 약 11%, 오피스(도심업무지구)는 약 40% 하락하고 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추산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하락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CNN 방송은 7일(현지시간) 이미 뉴욕과 일본 은행들에 타격을 준 이 문제가 이번 주 유럽으로 옮겨가면서 추가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최근의 피해자는 독일의 부동산에 초점을 맞춘 대출 기관인 도이체 판트브리프방크(이하 도이체 PBB)로, 최근 관련 문제로 채권값이 폭락했다. 주가도 이날 거의 6% 하락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25% 하락했다. 회사 측은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인 약세로 인해 대손 충당금을 2억1000만~2억1500만 유로(3000억~3070억원)로 늘렸다고 밝혔다. PBB에 대한 우려는 다른 은행들로 번졌으며, 독일 아레알 방크(Aareal Bank)도 채권값이 하락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레알 방크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부실 대출이 전년보다 4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불안도가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펴낸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동향 및 은행권 영향’ 보고서에서 2008년과 달리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한 금융상품의 그리 퍼지지 않았고 미국 금융당국이 소형은행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이제 막 은행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우려하면서 더 많은 소형은행이 상업용 부동산 부문 악화로 폐쇄되거나 합병될 가능성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제금융센터는 “오피스 수요가 단기간 내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 등으로 올해 추가 가격 조정과 산발적 지역 은행 불안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며 “다만 올해 중반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이 개시되고 경기 부진이 심화하지 않을 경우 하반기부터 오피스 부문 외 CRE 시장 경색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국제금융센터는 “독일, 스위스 및 일본 등 주요국 은행들의 신용 비용이 증가하는 모습이며 특히 최근 소규모 독일 은행을 통한 유럽권 전이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