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대차 연장계약 해지 효력, 통보 3개월 후부터"

세입자가 임대차계약 갱신 후 다시 이를 철회하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면, 그 효력은 계약해지 통보일을 기점으로 3개월 후부터 발생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임대차보증금 등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세입자인 원고 A씨는 2017년 피고 B씨와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를 같은해 3월10일부터 2019년 3월9일까지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 종료 두달 전 A씨는 임대차 기간을 2021년 3월9일까지 2년 더 연장하기로 하고 2021년 1월4일 B씨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임대차 계약은 묵시적으로 갱신됐다.

 

그러나 20일 뒤인 2021년 1월29일 A씨는 돌연 갱신된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했고, 다음 날 B씨에게 내용증명이 도달했다. A씨는 통지 도달 후 3개월이 지난 2021년 4월30일까지의 임대료를 지불한 뒤 아파트에서 나왔다.

 

A씨는 입주 기간을 2017년 3월10일부터 2021년 4월30일까지로 보고 임대차보증금 2억원과 장기수선충당금 70만8360원 등 2억70만8360원을 지급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B씨는 임대차계약이 2021년 6월9일 해지됐음을 전제로 A씨에게 1억9872만1892원만 지급했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차액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갱신된 임대차계약 해지 통지의 효력 발생 시점이 쟁점이 됐다.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계약이 묵시 갱신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시스

1심은 B씨가 324만6952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2021년 1월28일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다음 달 피고가 해지통보를 수령했으므로 3개월이 지난 2021년 4월29일쯤 해지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갱신된 계약기간 개시 전후를 불문하고 임차인에게 언제든 계약종료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볼 근거가 임대차보호법에 없다”며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놓고 임의로 철회한다면 임대인은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약해지 통지의 효력은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시작일인 2021년 3월10일부터 3개월이 지난 2021년 6월9일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개시되기 전 해지 통보가 피고에게 도달했다고 해서 갱신된 계약 기간이 개시되기를 기다려 그때부터 3개월이 지나야 해지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계약 해지 효력이 발생한 2021년 4월29일을 기준으로 미지급 차임 등을 공제하고 남은 보증금 및 수선충당금을 피고가 원고에게 반환하도록 판단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차계약 갱신 효력의 발생일에 관해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한 후 계약해지를 요구해 기존 계약기간보다 빨리 퇴거할 수는 없다”며 “갱신된 계약기간이 기존 계약 만료일 이후일 때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