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1명 “입사 전·후, 근로 조건 달라졌다”

“취업 면접 후에 학위 및 경력상 연봉이 얼마까지 가능하다고 팀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기존 직장을 퇴직하고 새 근무지로 옮겨왔는데 사측은 입사 이후로도 근로계약서 쓰기를 미루더니 급여일이 돼서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됐습니다. 연봉이 처음에 구두로 계약한 것과 크게 달랐습니다. 제가 ‘이전 얘기와 다르다’며 항의했더니 억울하면 본인을 고소하라는 황당한 답변만 이어졌습니다.”

 

1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처럼 입사 전 채용공고에 나온 근로 조건과 실제 근로 조건이 다른 직장인이 10명 중 1명 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중 ‘입사 전 제안 조건과 실제 근로 조건이 동일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174명(17.4%)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위 제보 내용이 지난해 10월 실제로 접수된 사례라고 밝혔다.

 

고용 형태별로는 비정규직이 22.8%(400명 중 91명), 정규직이 13.8%(600명 중 82명) 이같이 답해 비정규직이 9%포인트 더 높았다.

 

입사 면접 과정에서 불쾌하거나 차별적인 질문을 받는 등 부적절한 경험을 했다고 답한 이는 112명이었다. 직장인 101명(10.1%)은 입사 후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도급·위탁·업무위(수)탁 계약서를 요구받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비정규직은 10명 중 2명(20.8%)꼴로 이런 ‘비근로 계약서’에 서명 요구를 받았는데, 이는 정규직(3%)의 7배 수준이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 뉴시스

이 같은 요구를 받았다는 응답자의 86.1%(86명)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결국 ‘서명 및 입사’를 선택했다고 했다. 서명을 거부하고 입사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13.8%(13명)에 그쳤다.

 

이밖에 입사가 결정된 이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16.8%), ‘근로계약서를 작성은 했지만 교부받지 않았다’(11%)는 응답도 10%를 넘었다. ‘입사 이후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23.8%를 차지했다.

 

직장갑질119는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채용공고 전 단계부터 채용 확정 후 단계까지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으나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한계가 명확하다”며 “불공정 채용 관행 근절을 위해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공정채용법’으로 바꾸겠다던 정부 여당은 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은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계약서나 임금명세서는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작성하고 교부해야 하지만, 주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5인 미만 사업장 등에서는 관련 법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작은 사업장과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에도 노동관계법을 전면 적용하고 정부 감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해 12월4∼11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 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실시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