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성지인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정치적 친박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박 전 대통령이지만 최근 북콘서트를 기점으로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의 총선을 측면지원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여의도 정치권에선 유영하만큼은 챙길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런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출마한 곳이 바로 현역 홍석준 의원이 자리하고 있는 대구 달서갑이다. 대구 내에서 대표적인 친윤계 인사로 꼽힌 홍 의원과 유 변호사의 경쟁은 친윤과 친박의 경쟁으로 표현되기도한다. 이에 대구 달서갑은 대구내에서 대표적으로 경선이 치열한 접전지로 꼽힌다.
◆박근혜와 유영하, 달서갑에 들어오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대구달서갑을 언급하기 위해선 박 전 대통령을 빼고 언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12일 대구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대구 달서갑은 보궐선거를 포함해 총 4번의 금배지를 박 전 대통령에게 달아준 대구 달성군과 맞닿아 있는 만큼 유권자들이 많은 생활을 공유하고 있고, 그만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큰 곳이다.
특히 지난 2021년 12월 특별 사면 이후 대구 사저에서 1년 간 두문불출했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공개 행보를 늘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대구에서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열었다. 그는 “정치에 다시 참여하진 않겠다”면서도 “국민 여러분의 큰 사랑에 보답하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해 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을 비롯한 여권 총선 후보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며 박 전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은 사람도 박 전 대통령과 함께 토크 콘서트에 동행한 유 변호사였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과거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언급을 할 때마다 부연설명을 하며 박근혜 효과를 충분히 누렸다.
여의도에선 친박계 중 유 변호사만큼은 박 전 대통령이 챙기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의원은 “다른 친박계 정치인들에 대한 연은 끊었지만, 유 변호사만큼은 챙길 수밖에 없는 게 박 전 대통령의 마음일 것”이라며 “향후 (박 전 대통령이)측면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 변호사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유 변호사 자신의 정치적 과거다. 그는 경기도 군포에서 17, 18,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연속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20대 총선에서는 서울 송파구로 옮겨 단수공천을 받았지만 당시 김무성 대표의 옥쇄파동으로 출마하지 못했다. 또 2022년 4월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으나 국민의힘 경선에서 탈락했고, 5월에는 홍준표 시장이 내놓은 수성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신청했지만 역시 탈락했다. 사실상 낙마의 연속이었고, 여러 지역을 전전했다는 점은 유 변호사의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달서갑의 경우 유 변호사에겐 특별한 연고가 없는 곳이다.
◆친윤 홍석준과 접전…치열한 경선 예고
이에 맞서는 현역 홍 의원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경선 당시 대구지역 현역의원 중 선제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일찌감치 친윤계 의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당내 미디어특별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가짜뉴스에 대응하면서 이름값을 올렸다. 최근엔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 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 단장에 임명돼 총선 규제개혁 공약을 만들고 있다. 홍 의원은 또 책임당원 수를 3년 만에 3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성과를 앞세워 경선 및 공천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현역 시의원 2명이 유 변호사를 지지한 것과 박근혜 효과로 인해 유 변호사와의 지지율이 단시간에 가파르게 오른 점은 홍 의원에겐 부담이다.
영남일보와 TBC가 공동으로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4일 양일간 만 18세 이상 대구 달서갑 지역민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4.8%, 구조화된 설문조사, ARS 방법,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차기 국회의원 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은 32%, 유 변호인은 29%로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뒤를 권택흥 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본부장(15%)이 이었다.
홍 의원에 대한 20대와 30대의 지지도는 각각 30%, 28%였다. 유 변호사는 20대에서 19%, 30대에서 21%를 기록했다. 60대는 유 변호사 36%, 홍 의원 35%로 지지했다.
무엇보다 지난달 22일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유 변호사가 선거운동 기간이 짧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예상 밖의 결과다. 이에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광효과를 유 변호사의 높은 지지율 원인으로 꼽고 있다. 결국 홍 의원과 유 변호사 두 사람이 양강을 형성하며 뜨거운 경선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