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 침체 장기화… 봄철·신학기 맞아 전세난 우려

전세시장 불안 갈수록 커져

학군 좋은 지역들 전세 수요 급증
서울 목동 20억원대 신고가 경신

전세자금 대출금리 하향도 영향
기존 세입자 갱신계약도 늘어나

계절적 요인에 가격 오름세 지속
전국 전세가율 10개월 만에 최고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김모(39)씨는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 있는 신축 아파트 전세 매물을 찾다가 포기하고 기존의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김씨가 알아봤던 아파트 전용 59.98㎡ 전세 가격은 지난해 초 4억원대에서 최근 6억원대로 급등했다. 전세 매물이 많으면 차선책이라도 찾았겠지만 그마저 신통치 않았다.

 

영등포구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를 찾는 사람이 예년보다 급증했지만, 전세 매물은 작년에 비해 체감상 절반 이하로 줄어든 느낌”이라며 “매매가 쉽지 않은 데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뉴시스

신학기와 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전국 주요 지역에서 전세 가격이 오르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학군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서울 양천구 목동에선 20억원대 신고가 전세 물건까지 나타났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 트라팰리스이스턴에비뉴’ 전용 161㎡는 지난달 20억원(38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같은 단지 전용 161㎡의 종전 최고가는 2016년 10월에 체결한 14억8000만원이다. 같은 지역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전용 154㎡는 지난해 11월에 해당 평형 전세 최고가 20억5000만원(25층)에 계약을 갱신했다. 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는 최근 12억5000만원에 세입자를 바꿨다. 한 달여 전 이 단지 같은 평형 전세가는 11억원이었다.

 

이처럼 양천과 반포 등을 중심으로 전세가가 오른 건 상대적으로 학군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매물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매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한 매수 대기자들이 전세로 전환한 데다 기존 세입자들의 갱신 계약이 늘어나, 학군·역세권 등 선호 단지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절적 영향으로 다른 지역의 전세 가격도 전반적인 오름세다. 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월 첫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07% 상승했다.

 

매매가 대비 전세 가격을 뜻하는 전세가율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원은 이날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66.8%로 지난해 2월(66.9%)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2018년 1월 75.2%로 2012년 조사 이래 최고를 기록한 뒤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8월 66.1%까지 하락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셋값이 상승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53.7%로 지난해 1월(54.7%)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고금리 여파 등으로 부동산 거래 시장이 냉각기에 들면서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전세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은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22만9443건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는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중 전세 거래량은 70만1552건이었다. 이는 직전 최고치인 60만7426건(2021년)보다 약 16% 높은 역대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