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이낙연계 간 이어져 온 계파 갈등이 친명 판정승으로 가닥이 잡히자 이번엔 친문(친문재인)계가 친명계의 다음 공략 대상으로 떠올랐다. 4·10 총선에서 ‘친명 타이틀’로 금배지를 노리는 원외 인사들도 가세해 주요 경쟁상대인 친문 인사들에게 정권교체의 책임을 씌우면서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갈등의 불길은 번질 대로 번진 상황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더 이상 우리 당에 친명, 친문은 없다”며 “당 지도부는 불필요한 분열과 갈등이 총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9일 페이스북에 “친명이냐 친문이냐 하며 우리를 구분 짓는 행위 자체가 저들의 전략”이라며 “계파를 가르고 출신을 따질 여유가 없다”고 했다.
지도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분열이 지속될 경우 60일이 채 남지 않은 총선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이낙연 캠프 간 갈등이 끝내 봉합되지 않았는데, 재차 큰 선거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격화해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총선 출마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의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며 사실상 친문 저격 발언을 해 갈등을 키웠다. 이는 여권의 ‘운동권 청산론’과 일종의 시너지를 내며 친문계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두 계파 간 갈등은 쉽게 극복되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문재인정부가 심판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부동산정책 실패, 내로남불, 조국 사태 등이 합쳐져 국민들이 실망한 것이다. 그런 상황인데 친문 쪽에서 ‘문 정부 지지율이 40% 이상이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도 친문 현역 의원들에게 불출마를 요구하거나 ‘저격 출마’를 감행하고 있어 일부 지역구에선 결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