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글로벌 인공지능(AI)에서 주도권을 잡기 쉽지 않은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미국이 압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AI 기술력에 못 미치고, 기술 성장을 뒷받침할 자금력도 떨어진다. 생성형AI 기술의 기본이 되어야 할 언어모델 규모에서도 한국어 사용자는 미국 주도 영어권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미 초거대 및 생성형AI 경쟁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이번엔 민관이 발맞춰 후발 추격 국가와의 격차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은 관련 기업의 투자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충분치 못해 점점 미국 주도 AI 생태계에 대한 종속도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AI 격차 확대 전략의 선봉에는 지난해부터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생성형AI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한국에선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이렇다 할 투자 계획이나 R&D 지원 방안 등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 최대 반도체 회사 삼성전자에서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시달리면서 지난 수년간 이렇다 할 투자 실적을 내지 못한 게 이런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는 평가다.
정부의 AI 인재 확보나 관련 사업 환경 구축, 사업화 전략도 아직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연간보고서 ‘2023년 인공지능 글로벌 트렌드’를 보면 한국의 종합 AI 역량은 세계 6위 수준인데 세부 사항에서 인재(12위), 사업 환경(11위), 연구(12위), 사업화(18위) 등이 뒤처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국의 AI 개발 능력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라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뒷받침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한국의 AI 개발 능력의 해외 이전 및 유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도 관련 생태계 확장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진행 중이다. 미 정부는 반도체 설계 및 하드웨어 혁신 능력 강화를 위해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에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