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27% 채소 8%… 식료품價 넉 달째 6%대 ‘고공행진’ [뉴스 투데이]

국내 경기 불확실성 커져

2023년 이상기온 탓 밥상물가 치솟아
우유·치즈 5%↑… 여름까지 강세

국제유가 불안… 석유 배럴당 81弗
연장 앞둔 유류세 인하카드도 한계

한은, 고물가 지속에 금리 손 못 대
긴축 장기화… 소비·투자 부진 늪

설 명절을 맞아 서울에서 경북 영천의 부모님 댁을 찾은 김모(43)씨는 과일 선물세트를 사려다 마음을 접었다. 서울보다 쌀 것이란 기대와 달리 사과와 배, 샤인머스캣 등 6~7개로 구성된 가격이 5만~6만원에 달한 탓이다. 김씨는 “아이들 먹을 소량으로 샀다”며 “경기도 어려운데 체감물가마저 오르는 것 같아 가계 살림에 부담이 많이 된다”고 토로했다.

 

물가가 좀처럼 안정 국면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2%대로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과일 등 식료품 물가가 6%대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중동 정세의 불안 등에 따라 국제유가마저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다. 고물가는 긴축 장기화를 부르고, 이는 소비와 투자 침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사과’ 살까 말까 1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최근 과일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에서 ‘과실’의 기여도는 0.4%포인트로 2011년 1월(0.4%포인트)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뉴스1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0%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였던 점을 감안하면 2배 넘게 뛴 셈이다. 식료품 물가 상승폭은 지난해 10월 6.9%, 11월 6.3%, 12월 6.1%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난달도 0.1%포인트(p) 낮아지는 데 그쳤다.

 

식료품 물가 상승세는 과일이 이끌고 있다. 지난달 과일 물가는 26.9% 올라 2011년 1월(31.2%)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중 ‘과실’의 기여도는 0.4%p로, 2011년 1월(0.4%p)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다. 과일이 1월 전체 물가의 7분의 1을 끌어올린 셈이다. 지난해 이상 기온이 가격 급등세를 촉발했는데, 사과 등은 병충해 탓에 수입도 쉽지 않아 여름 출하 전까지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체 과일 수요가 커지는 바람에 감귤과 단감, 포도(샤인머스캣) 가격도 모두 1년 전보다 비싸졌다. 과일 외에 우유·치즈·계란(4.9%), 채소·해조(8.1%), 과자·빙과류·당류(5.8%) 등도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국제유가 불안… 고물가에 소비·투자 부진

 

석유류 등 에너지 가격도 물가 불안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배럴당 77.3달러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중동 불안감이 깊어지면서 81.02달러(9일 현재)까지 올랐다. 이미 국내 휘발유 가격은 두 달여 만에 ℓ당 1600원을 다시 돌파했고, 경유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1500원을 넘어섰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2~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한 배경도 석유류 가격 상승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월 물가가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는 한시적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세수가 안정적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언제까지 외면할 순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물가 불안의 장기화로 내수 회복이 지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물가에 따른 고금리 충격이 지속되면서 소비와 투자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만큼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당장 긴축 기조가 완화돼야 한다. 그렇지만 3%대 고물가 아래에서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실제 한은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4년도 1차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 대부분은 “물가가 2%에 안착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2월호’에서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유가 상승이 향후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위험이 상존하며 고금리 기조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민간소비와 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