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나 추석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던 사람들로 바빠서 밥도 못 먹고 손님들을 맞았을 텐데 처량한 명절을 보냈습니다.”
지난달 말 설 대목을 앞두고 생계 수단을 잃은 충남 서천 전통시장 내 점포를 화마에 잃은 한 지역 상인의 말이다. 용케 화재를 피한 옆 건물 또 다른 상인은 “수산물동을 찾는 사람들로 덩달아 여기도 사람이 붐비는데, 불이 나 찾는 사람이 없다 보니 여기까지 장사가 안 됐다”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충남도와 서천군이 이러한 서천재래시장 상인들의 고통을 최대한 빠르게 덜어주기 위해 빠른 속도로 시장 재건축을 추진한다. 충남도는 지난달 전통시장 점포 252곳이 불에 탄 서천특화시장 재건축을 1년6개월 안에 재건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12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지방정부는 오는 4월 광어·도미 축제 전까지 시장 인근에 모듈러 조립식 건물로 임시 상설시장을 마련해 상인들의 임시 삶터를 꾸릴 계획이다. 2016년 화재로 소실된 대구서문시장 복원 공사는 7년여가 지나도록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물 시공은 굴지의 건설사가 무상으로 기술력을 보태기로 하면서 기존보다 훨씬 안전하고 미려한 건물로 지어질 전망이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김기웅 서천군수,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설 연휴 전인 지난 7일 서울 충남도중앙협력본부 브리핑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서천특화시장 재건축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협약에서 화재로 불에 탄 서천시장은 4월 초 40억원이 투입돼 새로 문을 열 예정이다. 충남도와 서천군은 모듈러(일반상가)와 대공간 막구조(수산물 판매코너, 식당)로 재난 시 적용되는 수의계약제도를 활용해 신속 추진한다.
도와 군은 또 조속한 서천시장 복구·재건을 위해 필요한 재정과 부지 등 인프라 적극 지원을 비롯해 관련 인허가와 규제 등을 빠르게 처리할 방침이다. 현대건설은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참여해 공사품질 확보를 위한 시공관리, 인력지원, 무상자문을 제공한다. 또 필요할 경우 협의를 통해 공동실무협의체를 운영한다. 재건축 사업비는 총 400억원이며 이 중 절반은 국비와 공제보험을 활용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재건축을 위한 특별교부세 40억원과 피해복구비 20억원 지원을 확정한 상태다.
대형 화재로 200곳이 넘는 점포가 불에 타 잿더미로 변한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은 설 대목 장사를 못했지만, 신속한 일상 복귀 지원책이 이어지면서 피해 상인들도 조금씩 힘을 내는 분위기다. 충남도와 서천군은 설 명절 전까지 피해 점포당 1200만원을 지원했다. 전국 각지에서 쏟아진 성금으로는 상인들의 재고 손실과 영업 피해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태흠 지사는 “대기업인 현대건설이 프로젝트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임시시장과 특화시장 건축은 속도감 있게 이뤄질 것”이라며 “고품질 안전 시공을 통해 서천특화시장은 ‘대한민국 최고 명품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