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불안하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보 장사’가 도를 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도 비용을 제대로 안 내면 미국은 돕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더해 ‘동맹에 대한 적대국의 무력 사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던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한마디 한마디에 불안한 한반도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전반기 핵심 참모였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미국의 안보 약속을 폄하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도는 한국, 일본과의 상호 방위 조약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켈리 전 실장은 다음 달 12일 출간 예정인 CNN 앵커 짐 슈터의 저서(The Returnof Great Powers)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4성 장군 출신인 켈리 전 실장은 “요점은 그(트럼프)가 나토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라면서 또한 “그는 한국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 일본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에 완강히 반대했다”고 전했다.
켈리 전 실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괜찮은 사람’(okay guy)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트럼프)에게는 마치 우리가 이들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만약 나토가 없었다면 푸틴이 이런 일들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코너로 몰아넣은 것도 미국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나토는 진짜 위험에 처할 것”이라면서 “그(트럼프)는 (나토를) 탈퇴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모두 일한 한 전직 고위 당국자도 이 책에 실린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이기면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유세에서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는 나토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도 돕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러시아에 이들 동맹국을 공격하라고 권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나토 동맹국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트럼프 귀환? 비상 걸린 韓수출·산업계
미국 대선이 우리나라 무역·통상 환경의 변수로 급부상하며 정부와 산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온 바이든 대통령 보다도 더 강경한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미국 대선을 예의 주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대응책 마련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가 지난 7일 안덕근 장관 주재로 개최한 ‘제1차 산업투자전략회의’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해 10%의 보편적 기본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분석이 공유됐다. 이 경우 우리나라 수출이 174억달러가량 감소, GDP가 0.308%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한국 자동차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판매하는 차량의 현지 생산 비중은 약 40% 수준이다. 현지 판매 차량의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미를 겨냥한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 전선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아의 경우엔 북미 시장 수출 비중이 60% 이상인 멕시코 공장도 두고 있어 멕시코에 무역 관세가 추가되면 이 또한 부담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등도 대폭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탄소 감축에 합의한 파리 기후협정을 재탈퇴하고 미국 내 석유 등 화석연료 생산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전기차 확대 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백지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 72조 원의 막대한 투자를 한 한국 기업들에 막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