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다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돌봄’의 강도가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서는 몰랐어요. 엄마들이 ‘어제 한숨도 못 잤어요’라고 하면 그런가 보다 했지, 진짜 한숨도 못 잤을 거라는 생각은 구체적으로 안 한 거죠.(웃음) 만약 알았다면 (도토리하우스는) 엄두도 못 냈을 것 같아요.”
김민선(사진)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소아환자 돌봄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도토리하우스에는 전국에서 환자가 온다.
“경남에서 300∼400㎞를 달려서 오시기도 해요.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충전해서 차에서 아이 인공호흡을 해주며 6시간씩 달려오시죠. 그만큼 믿고 맡길 데가 부족한 거예요.”
100일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토리하우스는 이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기간 연장과 대상 확대다.
“도토리하우스는 위탁 가능 기간이 1년에 20일에 불과하지만 이보다 더 길게 한두 달 이상씩 봐주는 서비스가 필요해요. 영국이나 호주 등은 이런 돌봄서비스가 잘 돼 있어 임시위탁(respite care)뿐 아니라 장기 케어까지 하고 있어요. 일본은 병원에서 단기·장기 케어가 다 가능하게 돼 있어요.”
침대방으로 이뤄진 도토리하우스에 매트 방도 만들 예정이다. 대상 확대를 위함이다. “아이가 아장아장 걷는데, 그냥 누워만 있는 아이보다 왔다 갔다 하는 아이가 더 힘들지 않냐”며 입소자 확대를 요구하는 전화가 하루가 멀다고 계속 걸려오는 상황이다.
“중증 소아환자를 돌보시는 분들이 ‘한계’라고 할 때는 다른 사람이 봐주는 옵션이 있어야 하죠.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이 무조건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해방돼야 환자도, 가족도,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병원 근무와 센터일까지 병행하며 고된 하루를 보내는 김 센터장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보람이요? 이 도토리하우스를 할 수 있다는 게 제 보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