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아시아를 주제로 한 문화예술과 생활문화를 만나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ACC가 추구하는 ‘아시아성’은 대부분 우리 삶에 체화돼 있는 서구 중심적 사고를 극복해 아시아가 중심이자 주체인 문화예술과 철학, 일상 등을 말한다. ACC는 개관 8년째인 지난해 누적 방문객 1520만명을 달성하고 콘텐츠 창·제작의 새 지평을 열면서 복합문화공간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ACC가 지난해 수립한 ‘2023∼2027년 중장기 발전계획’이 밑바탕이 됐다는 게 중평이다. 중장기 발전계획은 그동안 이원화된 아시아문화원과 조직 통합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데다 전시·공연·연구·교류 등 기능별 전담체제로 조직을 개편해 전문성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올해 도시문화에 핵심 가치를 두고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예술작품을 통한 아시아 문화를 선보이겠다는 ACC의 올해 계획을 살펴봤다.
15일 ACC의 2023~2027년 중장기발전계획을 보면 올해까지는 도시문화, 2025~2026년에는 생활양식, 2027~2028년 예술이 아시아 문명사를 아우르는 핵심테마이다. ACC는 2년 주기로 이 같은 테마를 반복 운영하면서 연구와 실험, 공동기획 등을 통한 다양한 창작·제작활동을 펼쳐간다는 구상이다.
◆콘텐츠 68% 창·제작… 문화발전소 역할
지난해 ACC 관람객은 200만명을 넘었다. 지난 8년간 누적 방문객은 1520만명에 달한다. ACC 전시 ‘몰입미감-디지털로 본 미술 속 자연과 휴머니즘’은 역대 최단기간 관람객 10만명을 기록했다. 전시 기간 동안 총 14만명이 찾았다. 창·제작 중심과 문화예술 콘텐츠를 경계없이 다루고 모든 콘텐츠의 저변에 아시아성을 두고 있는 차별화 전략이 이같은 관람객을 불러모으고 있다고 분석이다.
ACC가 지난 8년간 만들어낸 콘텐츠 1650건 가운데 68%인 1120건은 자체 창·제작한 것이다. 문화예술발전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ACC는 새로운 콘텐츠의 창·제작을 위해 국내외 작가들이 연구와 실험을 통해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융·복합 콘텐츠 연구개발을 위한 실험실(Lab), 창·제작 스튜디오, 작가들이 창·제작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레지던시, 문화예술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ACC가 창·제작한 콘텐츠가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우수성과 경쟁력을 입증했다. 전시부문에서는 ‘사유정원, 상상 너머를 거닐다’가 지난해 8월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SEGD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 2023’시상식에서 전시부문 메리트상(Merit Award)을 수상했다. ‘SEGD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는 미국 SEGD협회가 1987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세계적 규모의 권위 있는 디자인 공모전이다. 우리나라 전시부문 최초 수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깊다는 평가다. 공연부문에서는 ACC 창·제작 어린이 공연 ‘뿔난 오니’와 ‘절대 무너지지 않는 집’이 지난해 9월 아시아 최대 인형극 축제인 제35회 춘천인형극제에서 미술상과 작품상을 각각 수상했다.
ACC는 인류 보편적 가치이자 제국주의와 독재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오는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문화예술을 통해 공유하고 전파한다.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매년 5월 오월문화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민주·인권·평화의 오월정신을 예술로 승화한 전시,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와 참여 프로그램을 10일 동안 운영했다.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집중과 선택으로 차별화…지역 사회와 소통도 강화”
“세계적 수준의 아시아 문화예술의 선도 기관으로 만들겠습니다.”
이강현(사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은 ACC만의 차별화된 브랜드를 구축하고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전당장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2026년 개관 10주년을 앞두고 올해가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지난 8년 동안의 각종 성과를 분석해 보고 지역사회와 더욱 소통해 10주년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ACC는 지난 8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는 게 이 전당장 진단이다. 누적관람객은 1500만명을 돌파했고 문화전당 ‘사유정원’ 전시는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 전시부문 메리트상을 수상했다.
이 전당장은 “개관 9주년인 올해는 숙련의 기간, 성숙의 단계가 아닐까 싶다”고 자평했다. 그는 “개관 이후 해온 사업 중에 계속 가져갈 것과 규모나 내용을 확대하고 발전시킬 것, 정리해야 하는 것 등으로 나눠 선택하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10년을 위해 적절한 실험이나 쇼케이스 형식의 시범적 개선도 다양하게 시도하겠다”며 ACC의 과감한 변신을 자신했다.
ACC가 비수도권에 있다는 한계에 대해 묻자 그는 “수도권과 거리가 멀어 관객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남녀노소 누구가 즐길 수 있는 방안과 홍보를 강화해 이런 단점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가장 중시한다는 이 전당장은 “취임 후 격주, 격월로 소통창구를 마련해 지역의 전문가들, 운영 자문위원, 직원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런 소통을 통해 문화전당의 문턱을 낮추고 지역문화예술의 만족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ACC 운영계획과 관련해 이 전당장은 “이용자 중심의 공간변화와 문화발전소 역할을 하는 다양한 콘텐츠 창·제작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부담 없이 ACC를 찾을 수 있도록 공간의 안내도를 개선하고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이 전당장의 올해 단기 목표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