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쇼크’… 코스피 2620선 ‘후퇴’

장중 시초가 대비 1.8% 떨어져
외국인 순매수에 1% 하락 그쳐
밸류업 기대 효과는 마무리 국면
코스닥은 전날대비 0.96% 올라
개인 매수세 4일 연속 상승 견인

코스피가 미국의 물가 충격에 1%대 하락 마감했다. 약세장에도 외국인은 9거래일째 코스피를 사들였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1.10% 하락한 2620.42로 장을 마쳤다. 전날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1% 올라 시장 예상을 웃돌자 코스피는 이날 오전 시초가 대비 1.80%까지 하락하는 등 충격을 받았다. 여전한 물가 상승으로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에 외국인도 팔자에 동참한 여파다. 다만 오후 들어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살아나면서 코스피는 1%대 하락에 그쳤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2649.64)보다 29.22포인트(1.10%) 하락한 2620.42에 장을 마감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이날 개인은 4077억원, 외국인은 1084억원을 각각 순매수했고 기관은 5352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CPI가 예상보다 높게 발표돼 시장은 크게 실망해 하락했다”며 “주거비와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슈퍼코어 물가가 재차 반등하는 등 CPI의 내용도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장사의 주주 환원을 강화하는 금융 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발표에 따라 외국인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을 위주로 매수세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2주 넘게 코스피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덕분에 코스피는 이 기간 6.1% 상승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2주 넘게 이어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 효과가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2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표되면서 증시가 서서히 올랐는데, 우리나라는 발표 전부터 단기간에 과도한 기대심리가 반영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올해 한국 증시가 저PBR 주도의 시장이 될 것인지, 고PBR 주도 시장으로 회귀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이달 발표 예정인 정책 내용보다 후속조치가 있는지 또는 그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채권금리, 달러화 추가 반등으로 외국인 수급이 위축될 경우 대량 매수로 높은 수익률을 거둔 저PBR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여전히 저PBR주들의 자체 동력이 약한 상황에서 기대와 현실 간 간극을 확인할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닥은 전날 대비 0.96% 상승한 853.30을 기록했다. 이차전지주 부진으로 올해 약세를 이어갔던 코스닥은 게임, 반도체 관련주들이 살아나면서 4거래일 연속 상승을 견인했다. 이날은 개인이 1263억원 규모의 코스닥 종목을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60억원, 585억원을 순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