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외화벌이 조직이 불법도박 사이트 수천개를 제작해 한국 범죄조직에 팔아넘긴 사실이 적발됐다. 국가정보원은 14일 중국 단둥에서 활동하는 북한 외화벌이 조직 ‘경흥정보기술교류사’의 조직원 신원과 사이트 개발·판매·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사진과 영상 등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정원은 이들에게 수천개의 도박 사이트 제작을 의뢰하고 이를 판매해 수조원대 수익을 올린 한국 범죄조직에 대해서도 경찰과 실체를 규명 중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경흥정보기술교류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인 비자금을 조달하고 관리하는 노동당 산하 조직이다. 이 조직은 도박 사이트 제작에 건당 5000달러, 유지·보수 명목으로 월 3000달러를 받으며 이용자 증가 시 월 2000∼5000달러를 추가로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성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도박 사이트 등의 각종 소프트웨어를 제작·판매해 매달 1인당 통상 500달러씩 평양에 상납하는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들의 체류지는 조선족 대북 사업가가 소유·운영하는 단둥 소재 ‘금봉황 복식유한공사’라는 의류공장 기숙사로 나타났다. 이들은 중국인 브로커를 통하거나 포털사이트에 노출된 중국인 신분증에 본인 사진을 합성해 중국인 개발자로 위장했다. 이를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구인·구직사이트에서 일감을 물색했다. 정보통신기술(IT) 업계 종사자 경력증명서나 박사학위를 도용해 IT 역량을 가진 외국인 행세를 하면서 고수익을 보장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 제작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