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경제단체, 기업들은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기울이며 물밑에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등 주요국 선거 결과와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 달에 신통상전략을 내놓을 방침이다. 산업부는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칩스법), 환경오염 등 10여개 이슈와 관련한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대선 후) 미국의 정책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특히 중국을 ‘중요한 산업 파트너’로 규정하고 한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먼저 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중국은 가장 중요한 수출 시장이고 중요한 산업 파트너이기 때문에 중국 시장 관리를 잘하면서 산업계가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대선을 전후로 대중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신통상전략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더욱 관심을 끄는 분위기다.
경제단체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싱크탱크인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민주·공화 양당의 통상 관련 정책을 파악해 대선 이후 한·미 통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특히 텍사스주 등 우리 기업의 투자 진출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번 대선 결과가 현지 경영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해 사전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며 “미국 대선이 한·미 양국의 통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월 단위로 통상정책 관련 이슈와 기업 경영 활동을 파악해 경제산업계에 정보를 제공하고 미국 주요 인사 접촉 활동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들도 미국 워싱턴에 사무소를 신설하고 미 행정부 출신 인사 영입에 적극 나서 왔다. 10여년 전 워싱턴에 사무소를 둔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손에 꼽았지만 현재 40여개 기업이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정상회의 등 미 행정부와의 대화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기업도 대관 기능을 최대한 가동하고 대외 인재 풀을 총동원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이든 조 바이든 대통령 측이든 접촉을 늘려 정책 변화를 빨리 감지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관료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2월 미 외교 관료 출신인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자문역으로, 삼성전자는 2022년 2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북미총괄 대외협력팀장 겸 본사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LG도 2022년 2월 조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미 워싱턴 공동사무소장으로 임명했다. 2021년 8월 포스코 미국법인 고문으로 영입된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해 4월까지 일했고, 포스코는 지난해 9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던 포스코아메리카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워싱턴으로 이전하는 등 대관 업무를 강화했다. 한화솔루션도 지난해 3월 바이든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이던 대니 오브라이언 폭스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을 북미법인 대관 담당 총괄로 영입했다.
미 대선 결과를 점치기엔 이르기 때문에 한쪽에 치우친 대응은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한 경제단체 인사는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어젠다 등 문서화한 자료나 과거 사례, 선거 유세 발언 등이 있으니 시간을 두고 어떤 정책이 구체화하고 기업 활동에 영향을 줄지 면밀하게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