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혁 25점 맹활약’ 대한항공, OK금융그룹 잡고 선두 탈환...‘통합 우승 4연패’ 청신호 켜졌다

V리그 역사상 최초의 통합 우승 4연패에 도전하는 대한항공이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대한항공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OK금융그룹과의 홈 경기에서 세터 한선수의 능수능란한 경기 운영 속에 임동혁과 정지석, 김민재 등 주전들이 고른 활약을 보이며 세트 스코어 3-1(25-18 25-13 21-25 25-23)로 이겼다.

승점 3을 챙기며 승점 56을 확보한 대한항공(18승11패)은 승점 55(19승9패)의 우리카드를 제치고 남자부 선두 자리에 올라섰다. 반면 승점 추가에 실패하며 승점 44(15승13패)에 그대로 머문 OK금융그룹은 3위 자리는 유지했지만, 4위 삼성화재(승점 42, 16승12패), 5위 한국전력(승점 41, 14승14패), 6위 현대캐피탈(승점 38, 12승16패)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12일 대한항공은 올 시즌 남은 일정을 함께 할 외국인 선수로 무라드 칸(파키스탄)을 선택했다. 지난 12일은 올 시즌으로 3년째 함께 한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호주)의 허리 부상 진단서를 한국배구연맹(KOVO)에 제출한 지 60일 되는 날짜였다. 두 선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대한항공은 링컨의 대체 선수로 V리그에 입성한 무라드를 선택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경기 전 “다른 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철저히 우리 팀만을 위한 선택을 내렸다. 링컨의 공격력이 예전 같지 않아 남은 일정에선 무라드가 더 팀에 도움된다는 판단이었다”라고 밝혔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다른 팀 상황을 언급한 것은 최근 우리카드의 마테이 콕(슬로베니아)이 발목 인대 파열로 시즌아웃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링컨을 선택했을 경우 무라드는 다시 대체 외국인 선수 후보군에 들어가 우리카드와 계약을 맺는 것도 가능했다. 무라드를 선택하게 되면 올 시즌 시작을 함께 한 링컨은 대체 외국인 선수 후보군에 들어가지 않아 대한항공 이외에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

 

대한항공으로선 링컨이 부상 직전의 몸상태와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해 무라드를 선택했지만, 이 선택을 통해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우리카드를 견제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게 됐다.

 

무라드를 최종 낙점했지만, 이날 대한항공의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는 무라드가 아닌 임동혁의 차지였다. 지난 7일 KB손해보험전에서 32득점(공격 성공률 67.44%), 11일 한국전력전에서 22점(64.52%)을 몰아치며 무라드와의 주전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임동혁의 매서운 공격력은 이날도 불을 뿜었다.

외국인 선수 도움없이 세터 한선수부터 리베로 오은렬까지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 선수 없이 오로지 토종 선수들을 주전으로 내세워 경기를 치렀지만, 대한항공의 경기력에는 빈틈이 없었다. 정상 가동되기 시작한 정지석-곽승석의 아웃사이드 히터진의 탄탄한 리시브 아래 한선수의 적재적소에 배분되는 토스로 전개되는 경기운영은 그야말로 ‘대한항공 왕조’의 시그니처 무브였다. 한선수는 임동혁과 정지석을 주로 활용하면서도 김민재-김규민의 미들 블로커들을 활용한 속공까지 곁들이며 OK금융그룹 블로커들을 교란시켰다. 이날은 체공력이 돋보이는 김민재에게 올리는 B속공은 그야말로 언터쳐블이었다. 대한항공의 탄탄한 조직력 앞에 OK금융그룹은 2세트까지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당해야 했다.

OK금융그룹은 2세트까지 단 8득점, 공격성공률 42.11%, 공격효율 10.53%에 그쳤던 레오가 3세트에만 팀 공격의 56.52%를 책임지며 11점(공격 성공률 53.85%)을 몰아치면서 3세트를 가져왔다.

 

대한항공은 3세트까지 공격 성공률은 72.73%로 좋았지만 9득점으로 다소 잠잠했던 정지석이 4세트에만 7점을 터뜨리며 폭발하면서 다시금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접전 양상으로 펼쳐지던 4세트는 21-19에서 임동혁의 후위공격이 코트 바깥으로 벗어나면서 21-20 한 점차로 좁혀졌다. 한선수의 이어진 공격 코스 선택은 또 다시 임동혁이었고, 임동혁은 이번엔 후위 공격을 성공시켰다. 이어 OK금융그룹 차지환의 연타가 네트를 넘기지 못했고, 곽승석의 서브가 그대로 대한항공 코트로 넘어온 것을 김규민의 속공으로 연결하면서 24-20 매치포인트에 도달했다.

 

OK금융그룹도 이대로 물러나진 않았다. 임동혁의 후위 공격을 차단해낸 뒤 곽명우의 짧은 서브가 절묘하게 들어가며 곽승석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서브득점, 임동혁의 후위 공격을 또 다시 차단해내며 연속 3득점으로 24-23까지 따라붙었다.

 

임동혁이 연속으로 막히자 틸리카이넨 감독은 전위의 한선수와 무라드를, 후위의 임동혁과 세터 유광우를 바꾸는 ‘더블 체인지’를 선보였고, 무라드는 유광우의 백토스를 받아 경쾌한 공격을 성공시키며 팀 승리를 매조지했다.

 

대한항공은 임동혁이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5점을 몰아쳤고, 정지석과 곽승석이 각각 16점, 10점을 올리며 뒤를 받쳤다. 김민재와 김규민도 10점, 9점을 올렸다. OK금융그룹은 레오가 22점, 차지환과 신호진이 각각 13점씩을 몰아치며 분전했지만, 1,2세트에 힘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한 게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