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위 결정 前 불출마 권유 빈번 친명 챙기기·도덕성 기준 논란도 잡음 이어지면 총선 경쟁력 약화
여야의 4·10 총선 공천 작업이 본격화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천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이마저도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며 공천에서의 인적 쇄신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식 결정 전에 이 대표가 먼저 일부 전·현직 의원에게 불출마를 권유하거나 이들과 면담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시스템 공천 원칙을 훼손하고, 친명(친이재명)계 챙기기에 치중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 대표는 최근 5선 의원을 지낸 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직접 만났다. 추 전 장관은 서울 중·성동을이나 동작을에 전략공천 대상자로 거론된다. 반면 친명계는 서울 중·성동을에 출마 선언을 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는 사실상 불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에 따른 조치다. 임 전 실장이 열 번 넘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라는 당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오죽하면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윤 대통령을 키우는 데 추 전 장관의 공이 훨씬 더 크다”고 쓴소리를 했겠는가.
이 대표는 또 경기 광주을에 공천 신청한 문학진 전 의원(재선)과 서울 도봉갑의 인재근(3선) 의원에게 본인이 직접 불출마를 권고했다. 그러자 문 전 의원은 “이재명 친위부대를 꽂으려다 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반발했다. 인 의원 지역구에도 친명계 후보의 전략공천을 검토하자, 인 의원은 “제가 지지하지 않는 분”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참석자로 지목된 일부 인사는 부인했지만, 이 대표가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핵심 친명계 의원 등과 심야 회의를 갖고 현역의원 컷오프(공천 배제)를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 대표와 측근들이 컷오프 논의를 했다면 이는 공관위를 무력화하는 행위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노웅래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는 등 도덕성 기준도 흐트러졌다. 7개 사건 10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다. 노 의원 출마 선언은 같이 범죄 혐의로 재판 중인 이 대표가 출마하는데 자신도 출마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항변’으로 들린다.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어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 의원들은 당연히 컷오프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이들 역시 이 대표와의 형평성을 들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은 3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은 2주 전과 비교하면 4%포인트나 하락한 31%에 그쳤다. 민주당의 경우 이 대표의 공천 개입 논란, 친명과 친문(친문재인) 간 공천 갈등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공당의 공천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구성원이 승복하고,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으며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원칙과 기준이 없는 ‘제멋대로 공천’을 일삼으면 잡음이 적지 않고, 결국 총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