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부동의 국내 사망 원인 1위다. 암이라고 하면 발생률이 높은 갑상선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떠오른 다크호스’가 있다. 바로 신장암이다. 기존에는 국내 10대 암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019년 이후 발생에서 10위에 들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한해 발생하는 신장암 환자 수는 6883명(2021년 기준). 2010년 이후 신장암으로 병원 진료를 받는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10년 1만6126명이던 진료 환자 수는 지난해 3만9165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초기 발견 중요한데 초기 증상은 없어
초기인 1기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약 90%에 이르지만, 4기에 발견되면 다양한 치료를 모두 시행해도 최대 20%, 평균 생존 기간이 약 2~3년일 정도로 예후가 나쁘다.
서 교수는 이 때문에 ‘착한 암’이라는 말이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상대생존율 증가가 결국 조기 진단의 증가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장암은 전이도 많이 일어나는 편이고, 전이를 동반한 경우 5년 생존율이 30% 내외로 낮다”며 “이 때문에 초기 암이라 생각했는데 수술 후 10년 이상 뒤에 원격전이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신장암을 가장 민감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는 CT 나 MRI 검사지만 방사선 조사의 위험과 비용 등을 감안하면 초음파검사가 선별검사로 추천된다“며 “신장암은 평균 연 0.2㎝ 속도로 커지며 초음파 진단은 1㎝ 이상에서 되므로 1∼2년에 1회 정도 초음파검사가 선별검사로 유용하고, 4∼5년 정도 간격의 CT가 도움이 된다”고 권유했다.
◆흡연, 비만 등 관리해야
다른 여타의 암이 그러하듯 신장암 역시 유전과 환경적 요인의 결합에 이뤄진다. 유전적으로는 본히펠린다우 증후군 같은 유전 질환이 신장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는 가족력이 있을 경우 신장암 발생률은 2∼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 요인을 제외하면 흡연, 고혈압, 고칼로리 식습관 및 비만이 위험인자다. 특히 흡연은 피해야 한다. 흡연력이 있는 경우 일반인에 비해 1.5~2.5배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하루 한 갑 이상을 피우는 경우 남성은 약 2배, 여성은 약 1.5배 위험도가 증가한다. 신장암 환자 중 남성의 20~30%, 여성의 10~20%가 흡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연 후 10~15년이 지나면 위험도가 15~30% 정도 감소한다는 보고도 있다.
서 교수는 “다른 암에서도 비슷하지만, 담배에는 50개 이상의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어 DNA의 형태변화 혹은 손상 등이 누적돼 암으로 연결된다”며 “신장암의 경우 이런 발암물질이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여과되는 과정에서 높은 농도로 노출돼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고혈압의 관리도 중요하다. 고혈압에 장기간 노출되면 신장 내 여과기능을 하는 사구체에 영향을 줘 신장암 발생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식생활습관으로는 고칼로리 음식 섭취와 비만은 신장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만큼 피하는 것이 좋다.
서 교수는 “만성 신부전의 위험성과 이차적인 심혈관질환 및 사망률 등을 현저히 낮춘 ‘부분절제술’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고, 전이 여부와 연령을 감안한 비수술적 방법인 ‘고주파를 이용한 침절제술’이나 고령환자에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체부정위방사선요법이 활용되고, 표적치료제·면역항암제도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등 신장암 치료가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한 만큼 진단을 받는다고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재발도, 전이도 많은 만큼 ‘착한 암’이라는 말에 속아 쉽게 생각해서도 절대 안 된다”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