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해열제 교차복용, 효과 명확히 입증된 건 아냐 [부모 백과사전]

2월 중순이 넘어서도 독감 등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이 연중행사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독감으로 소아에서 38∼39도의 고열이 나면 많은 부모가 발을 동동 구른다. 사실 발열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면역반응으로 발열 자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통 고열의 기준은 38도. 이 이상일 때 해열제 투여를 권한다. 해열제는 크게 아세트아미노펜 계열(타이레놀 등)과 이부프로펜(부루펜 등)으로 나뉜다. 아세트아미노펜은 4~6시간 간격으로 10~15㎎/㎏씩, 이부프로펜의 경우 5~10㎎/㎏씩 6~8시간 간격으로 복용해야 한다. 복용량과 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이유는 해열제 장기간, 과량 사용하면 신장이나 간 기능에 장애가 올 수 있는 탓이다.



약은 먹고 나서 보통 30분~1시간 정도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통상적으로는 하나의 해열제를 시간 간격에 맞춰 복용할 것을 권하지만, 1∼2시간이 지나서도 38∼39도가 넘는 고열이 나면 다른 성분의 해열제를 ‘교차복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서는 “교차복용이 가장 효과 있다”와 “교차복용은 검증된 게 없다더라”라는 의견이 나뉘어 엄마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응급센터 김민정(응급의학과) 교수는 “두 약물을 교차로 사용하는 것이 해열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2019년 연구에서는 교차복용이 단독으로 사용할 때와 비교해 유의미한 해열 효과 차이가 없었다고 나왔고, 2000년 연구에서는 두 약물의 부적절한 사용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며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을 교차하여 사용할 때는 각 약물의 권장 복용량과 간격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발열을 관리하는 주된 목표는 아이가 느끼는 불편함을 줄이는 것”이라며 “해열제를 먹고도 발열이 지속할 경우 미지근한 물로 닦아주거나 가볍게 옷을 입히는 등 물리적 해열 방법으로 아이의 체온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의식 변화, 호흡곤란, 청색증 같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생후 100일 미만의 아이에게서 발열이 관찰되고 △열성 경련이 발생하는 등의 특정 상황에서는 즉시 응급실 방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