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 못 이긴다”는 의료계 오만… 이번엔 용납 안 될 것

전공의 집단사직에 현장 대혼란
총리 담화문 발표에도 요지부동
정부, 원칙대로 단호히 대응해야

서울대병원 등 이른바 ‘빅5’ 대형병원의 전공의 2725명 전원이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오늘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내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한다. 원광대 등 지방병원 전공의들도 이 시기에 맞춰 사직서를 낼 예정이라고 하니 의료대란이 현실화한 셈이다. 2000년 이후 세 차례 의료계 파업이 있었지만 전공의가 집단휴업 대신 사직서를 제출키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의사협회도 조만간 총파업 여부를 찬반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전국 40개 의대 중 35곳 의대생들도 오늘 휴학계를 내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의사를 못 이긴다”는 오만으로 집단행동을 강행하는 것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의사들이 떠나는 의료 현장은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전공의는 응급실과 수술실에서 휴일·야간당직, 수술보조 등의 일을 도맡는다. 이들이 빠지면 병원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는 것과 다름없다. 서울대병원은 자궁육종암, 폐암 등 수술을 연기한다고 환자들에게 알린 상태다. 세브란스병원은 오늘부터 낮시간대 전체수술방 37개 중 19개만 가동한다고 한다. “폐암에 걸려 수술받기로 했는데 수술을 코앞에 두고서 연기통보를 받았다”, “환자생명으로 밥그릇 챙기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은 환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한다.



정부는 과거 3차례나 의료계 단체행동에 물러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4년 전인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워낙 심각한 상황이라서 정부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의사면허 취소가능성 등의 경고가 더 이상 빈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 4명 중 3명(76%) 넘게 “의대 정원 확대에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본다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도 정부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가.

한덕수 국무총리는 어제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은 국민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의료사고 처리 특별법을 제정해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고 필수의료의사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도록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 필수의료 수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약속도 했다. 의료계가 무조건 집단행동에 들어갈 명분이 없다. 정부는 끝까지 대화와 설득의 노력을 기울이되 끝내 의료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면 이번만큼은 법과 원칙대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