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살며] ‘아웅산 수치’의 아웅산은 성(姓)이 아니다.

스물네 살까지 미얀마에서 산 나는 미얀마 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스물네 살에 한국에 유학을 와 한국 문화와 접하면서 미얀마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이름과 관련된 문화였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성씨와 지어 준 이름”이라는 구조를 가진 한국과는 달리, 미얀마는 성씨의 개념이 없고 대개 이름만 있다. 미얀마 135개의 민족 중 카친(Kachin)족이나 친(Chin)족과 같은 일부 민족은 성씨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 인구의 70% 정도 되는 버마족을 비롯한 대부분의 민족에게는 성씨 개념이 없다.

먼저, 미얀마의 작명 방법을 보자. 미얀마는 불교 국가로서 스님이나 사주를 봐 주는 사람이 이름을 지어 주는 오랜 전통이 있으며, 별자리와 점성술을 바탕으로 태어난 요일에 따라 이름을 짓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태어나면 버마어 자음의 첫 줄인 Ka(까), Kha(카), Ga(가), Nga(응아) 중 하나로 시작하는 이름을 지어 준다. 여기에 버마어와 결합된 팔리어(석가모니가 사용하던 불교 전례 언어) 파생 단어가 추가된다. 한국의 높임말처럼 성별과 연령에 따른 다양한 존칭이 있다. 20, 30대 남성 이름 앞에는 Ko(꼬)나 Maung(마웅), 여성 이름 앞에는 Ma(마)를 붙이고, 40대 이상의 남성은 U(우), 여성은 Daw(더)를 이름 앞에 붙여서 부른다. 아시아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우 탄트(U Thant)의 우가 바로 이런 경우이다.

먀닌이셰인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또한, 한국의 돌림자처럼 형제자매끼리 같은 음절 하나를 공유하거나, 부모의 이름 중 일부를 자신의 이름에 넣어서 짓기도 한다. 많은 한국인이 알고 있는 아웅산 수치의 경우, “아웅산 수치” 전체가 이름이다. 미얀마의 독립 영웅이자 친부인 아웅산 장군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미얀마는 정부 기관에 신고 없이 자신의 이름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일간지에 아버지와 본인의 이름, 주민번호, 변경할 이름까지 기재하여 광고를 내면 신문이 나간 날부터 새로운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 살면서, 유교의 영향으로 성씨를 자신의 뿌리로 여기는 한국인들에게 성씨는 매우 중요한 문화이자 정체성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 한국인과 같이 사는 미얀마인은 이름과 관련한 혼란과 오해를 많이 겪는다. 특히 공항이나 관공서에서 성과 이름을 구별해서 적어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 경우, 미얀마인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긴 이름 중 일부를 떼서 성씨처럼 쓴다. 성씨 없이 이름만 쓰는 전통은 미얀마의 고유한 문화의 일부로 당연히 존중해야 하지만 오늘날처럼 많은 민족이 어울려 사는 다문화 사회에서는 미얀마 사람들도 성씨를 가져 보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문화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는 변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먀닌이셰인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