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등록한 지문으로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것처럼, 반려견도 이제 ‘견(犬)적사항’ 확인이 가능해졌다. 사람처럼 지문이 아니라, 코주름으로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 개 코주름을 활용한 ‘K개민증’이 오는 21일부터 첫 발급된다. 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K개민증은 국제적 기준으로도 인정받아 전 세계로 수출될 전망이다.
생체정보 기반 반려동물 등록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인 파이리코는 19일 “지문이 담긴 주민등록증처럼 반려견의 코주름(비문)이 찍힌 실물 ‘개민증’을 21일 오전 9시부터 발급한다”고 밝혔다.
개 코주름은 사람의 지문과 비슷하다. 개마다 모양이 다르고, 성장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개의 주민등록인 동물등록에 활용할 수 있는 배경이다. 2021년 건국대 수의대에선 개 코주름에 고유성·영속성이 있어 생체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개민증은 사람의 운전면허증과 비슷한 크기, 모양이다. 앞면엔 개 증명사진과 주민등록번호 같은 동물등록번호(15자리 숫자), 품종, 성별, 출생일, 중성화 여부, 보호자 이름·연락처·주소가 담긴다. 뒷면엔 코주름과 큐알코드, 변경사항을 적을 수 있는 칸이 있다.
발급은 간단하다. 앱스토어 등에서 아이디코(ID:CO)를 내려받은 뒤 휴대전화로 반려견 코 사진을 찍어 올리면 된다. 얼굴인식을 하는 페이스아이디(Face ID)처럼 프로그램이 알아서 코주름을 인식한다. 코주름 정보 등은 동물병원을 통해 지자체에서 승인 처리한다. 동물등록은 앱에 사진을 찍어 올리는 즉시 완료된다. 실물 개민증은 1∼2일이면 택배로 받을 수 있다. 기존엔 동물병원에서 쌀알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반려견 몸에 삽입(내장칩)하거나 목걸이를 하는 방식으로 등록했다. 지자체에서 등록 승인을 하는 데까진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코주름 기반 반려견 개체식별 방법은 연구개발특구 규제샌드박스(실증특례)로 지정돼 현재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를 통해 법 개정이 완료되면 코주름으로 한 동물등록이 공식 인정된다. 더 이상 동물병원을 찾아가지도, 칩을 반려견 몸에 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반려견을 잃어버렸을 땐 코만 촬영해도 바로 주인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코주름을 활용한 K개민증은 국제표준이기도 하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지난해 9월 회의에서 개민증을 사전채택했고, 4주간의 회원국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지난해 11월 정식 국제표준으로 채택했다. 국가별로 관련 법이 제·개정되면 K개민증이 세계 곳곳에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양이빈 파이리코 대표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반려동물 비문 개체식별 기술의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며 “세계에서 동물등록에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