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료계는 국민 이길 수 없다”… 의협 "투쟁 위축 없다" [의료대란 현실화]

‘의대 증원 無타협’ 초강수

尹 “국방·치안과 같은 위중한 문제
의료계는 국민 이길 수 없다” 강경
집단 사직에 ‘진료 유지명령’ 발동
114개 공공의료기관 비상 체제로

경찰, 집단행동 주동자 구속도 염두
복지부·의협, 20일 TV ‘끝장 토론’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하는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19일 집단사직에 나서자 정부가 현재의 의료행위를 유지하라는 ‘진료유지명령’을 전격 발동했다. 정부는 상황이 악화하면 의원급 재진만 허용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를 일시적으로 전면 허용하고, 공공병원과 군병원을 일반 환자에게 개방하는 등 의료공백 장기화 대책까지 꺼내들었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대응하면서도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나선 것은 2000명 증원 방침에 타협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사태 초기부터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등에 법적 대응을 경고한 상황에서 이날 경찰청이 사태 주도자에 대해 구속수사까지 염두에 두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의대 증원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는 것과 관련해 의료 개혁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 일각에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회자하는 데 대해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의료는 국민 생명과 건강의 관점에서 국방이나 치안과 다름없이 위중한 문제”라고도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발언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참모진으로부터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돌입 등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나왔다.

현장점검 나선 韓총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을 방문해 전공의 집단 의료 거부와 관련해 비상진료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정부는 이날 한 총리 주재로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을 위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의료공백 최소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 총리는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해 비상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비대면 진료 한시적 전면 허용’ 방침을 밝혔다. 한 총리는 보건복지부, 행안부, 교육부, 국방부, 보훈부 등 관계부처에 “병원별 비상진료 준비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고 문 여는 의료기관과 비대면진료 이용 정보를 국민이 알기 쉽게 충분히 안내해달라”고 당부했다. 한 총리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중증응급환자들이 위협받는 상황을 초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공공기관의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국 종합병원 수련의들이 연이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1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내 중앙응급의료 상황실의 응급의료 현안 대응 현황판에 전국 응급 환자 진료 상황과 잔여 병상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0개 국립대병원과 35개 지방의료원, 6개 적십자병원 등 114개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시간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진료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각 시도별로 비상진료대책을 수립했다”며 “해당 지역의 진료 차질 현황에 따라서 비상진료 시점과 시간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7개 국군병원 가운데 응급실이 있는 12개 국군병원을 민간에 개방하고 필요시 외래진료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은 “장병 의료지원 태세에 제한이 없는 범위 내에서 민간 외래환자 진료, 군의관 파견 방안 등을 앞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의원급 재진만 허용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도 의료기관에 관계없이 초진까지 확대해 전면 허용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한시적 전면 허용’에 대해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라며 상황 개선 시에는 원래 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날 꺼내든 진료유지명령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는 의료법 제59조1항에 따른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진료유지명령은 집단행동을 하기 직전이나 하려고 예고됐을 때 ‘나가지 말라’고 명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집단 파업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벌어져도 2∼3주가량은 해당 병원 소속 교수나 전임의, 입원이나 중환자실 전담의 등 전공의 외 인력으로 버틸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기간이 지나면 의료진 피로도 증가로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군의관이나 공보의 등을 전격 투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과 관련한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단한다는 방침을 수차례 재확인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경찰 출석에 불응하는 의료인에게는 체포영장, 주동자는 검찰과 협의를 통해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계 집단행동과 관련한 수사는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윤 청장은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고발장이 접수되는 그날 즉시 문자메시지나 등기우편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낼 것”이라며 “출석일자도 2~3일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출석하지 않으면 소재수사를 포함해 제대로 출석요구서가 전달됐는지, 출석 의사가 없는지 확인하겠다”며 “불출석 의사가 확인되면 빠른 시일 내에 체포영장을 신청하겠다. 의료계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은 그보다 강한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뉴시스

경찰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현장에서의 충돌이나 응급환자 이송 등으로 112신고가 급증할 것을 고려해 관련 신고에는 최우선 출동 명령에 해당하는 ‘코드1’ 이상을 부여해 대응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의사 측 역시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 2명에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한 것과 관련, 당사자인 박명하 의협 조직강화위원장은 통화에서 “아직 통지서를 받지 못했다”면서 “이런 걸로 투쟁열기가 위축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에서 “전공의 집단사직은 파업이 아니라 의업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의사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무시하고 ‘진료유지명령’이라는 위헌적인 명령까지 남발하며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대화의 고리까지 완전히 끊긴 건 아니다. 의대 증원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의협은 20일 MBC ‘100분 토론’을 통해 상호 정당성을 주장하며 여론전을 편다.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유정민 복지부 의료현안추진단 전략팀장과 김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 교수, 반대하는 이동욱 경기도 의사협회장과 정재훈 가천의대 길병원(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출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