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가운데 전국의 상급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내며 단체행동에 들어가고 있다. 우려하던 ‘의료대란’이 현실화했다는 지적이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 남부지역에선 최대 규모 상급병원인 아주대병원 전공의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이 병원 소속 전공의 225명 가운데 13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해 이튿날인 20일부터 상당수 전공의가 근무를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아주대병원의 경우 치과를 제외한 의사 650여명 가운데 전공의가 약 20%를 차지한다.
◆ 전국 곳곳서 전공의 잇단 사직…전북대병원 전원, 아주대병원 과반 사직서 제출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전문의 등 전공의 외 다른 의사들의 업무 시간을 최대한 조정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실제 사직서를 낸 인원과 업무를 중단하는 인원의 수가 다를 가능성도 있기에 내일 상황을 보고 세부 대응 방침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앞서 소속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 방침을 밝혔던 ‘빅5’ 병원의 경기도 분원들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앞서 빅5 병원인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소속의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5시까지 서울대병원 분원인 분당서울대병원 소속 전공의 192명 중 110여명도 사직서를 낸 상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의료 인력 공백에 대비해 전문의의 당직 일정을 조정하고, 전담 간호사 등 지원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는 알 수 없다.
전국 각지의 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잇따르고 있다.
전북 최상급병원인 전북대병원 전공의 189명 전원은 이날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뒤 이튿날 오전까지 진료실을 떠나기로 했다. 이들은 전북대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사의 43%를 차지한다.
제주 유일 국립병원인 제주대병원에서도 소속 전공의 75명 중 53명이 사직서를 냈다.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제주대병원으로 파견 온 전공의 20명을 포함해 전체 95명 중 73명(76.8%)이 동참했다.
경남지역 대학병원에서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공의 479명 가운데 351명이 사직서를 냈다. 양산부산대병원 138명, 진주경상국립대병원 121명,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71명 등의 순이다. 전공의 319명이 근무 중인 전남대병원에선 이날 오후 5시30분 기준 22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조선대병원은 108명, 광주기독병원은 26명이 사직했다.
강원에선 이날 오후 5시 기준 강원대병원 전공의 101명 중 6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오전에는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전공의 152명 중 97명이 사직했다.
인천에서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지역 전체 전공의 540명 중 273명이 사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하대병원이 100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천대 길병원 71명, 가톨릭대인천성모병원 60명 순이었다.
◆ 제주·부산·전북·경남·강원 등 전국 전공의 동참…전문의·전담 간호사 증원에 한계
부산에서도 부산대병원 소속 전공의 100여명과 동아대병원 전공의 10명이 사직서를 냈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단체행동이 장기화할 경우 의사 보조 인력을 동원해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당장 전공의들이 맡아 오던 당직근무 등의 업무를 전문의 교수들이 떠맡아야 해 과부하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서울과 부산 등 각 지방자치단체는 비상진료대책 계획 마련에 부산한 분위기다. 서울시는 의료계 전면 파업에 대비해 시립병원 8곳의 내과·외과 등 필수의료 과목 진료를 오후 8시까지 연장하고, 서울의료원·보라매병원·동부병원·서남병원 응급실을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 부산시도 부산의료원과 부산보훈병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부산대병원 등 지역 공공병원 진료를 연장한다.
20일에는 의대생들의 집단행동도 예고돼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20일을 기점으로 전국 의대생들이 동맹휴학 또는 이에 준하는 집단행동을 하기로 결의한 상태다. 대규모 휴학 신청 또는 수업 거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남대와 조선대의 경우 의대생들이 90% 이상 찬성률로 집단 휴학을 결의해 조만간 휴학 신청 절차를 마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