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율’이라면서 압박”… 울산시, 영화 ‘건국전쟁’ 관람에 공무원 동원 논란

영화 ‘건국전쟁’ 관람에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동원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지자체는 울산시다.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건국전쟁' 포스터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 총무부서는 최근 시청 내 부서와 산하기관 등에 ‘2024년 직원MT 추진계획’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달부터 12월까지 실·국별 또는 부서별로 MT계획을 수립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후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쪽지로 전해져온 별도의 공문에는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오후 7시에 남구 삼산동의 영화관 특정 상영관(192석)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계획이 제시됐다. 해당 상영관에선 영화 ‘건국전쟁’이 상영된다. 이 영화는 부정선거와 장기집권, 민간인 학살 책임 등으로 비판받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 정부·여권 인사들이 관람하며 호평을 내놔 정치·이념 논쟁의 중심에 섰다.

울산시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내부게시판에 공무원노조가 올린 비판성명서. 독자제공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자율’이라면서 특정시간·특정극장·상영관을 제시해 압박하고 있다”며 “관람하겠다고 나서는 직원이 없자 ‘이러면 (시장에게) 찍힌다’는 말이 나왔다. 결국 강제로 영화를 보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울산시청 본관의 한 부서는 예시로 제시된 21일 오후 7시 해당 극장 상영관에서 건국전쟁 단체관람을 하기로 했다. 다른 공무원은 “왜 하필 선정한 영화가 건국전쟁이냐”며 “여당인사들의 ‘관람 인증 릴레이’가 벌어지는 영화 관객수를 늘리려 여당 소속 단체장이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울산광역시 공무원노동조합도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원클릭게시판’에 ‘“자율 지겹다 지겨워” 건국전쟁에 휘말린 MT!’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게시했다. 노조는 “많은 부서에서 자율이라는 명목하에 특정영화 ‘건국전쟁’ 관람을 MT로 정하고 있다”며 “특정 정치성향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를 공무원조직에서 굳이 단체관람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울산시 총무부서에서 여러 부서에 쪽지로 보낸 MT 공문 중 일부 내용. 특정 영화관의 특정 상영관, 특정시간대가 나와있다. 독자 제공

이에 대해 이인대 울산시 총무과장은 “공문에 다른 영화를 볼 수 있고, 영화관람이 아닌 다른 것을 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해당 영화에 대한 관람계획은 예시에 불과하다”며 “MT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에 대해 패널티를 주는 것도 없다고 노조에 얘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