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공의 73% 자리 비웠다… 의료공백 현실화

제주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3명 중 2명이 병원을 떠나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 전공의 103명(모자협력 병원 파견 전공의 포함)이 무단 결근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도내 전체 전공의 141명의 73% 수준이다.

 

제주대병원 응급실 입구에 인력부족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 가동을 알리는 안내문이 전광판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대학교병원 전공의 95명 중 76.8%인 73명(본원 소속 53, 파견 전공의 20)이 무단결근했다. 소속 전공의 53명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제주한라병원에서 근무하는 모자협력병원 소속 전공의 22명 중 20명도 결근했다. 소속 전공의 13명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서귀포의료원과 한마음병원, 중앙병원에서 근무하던 모자협력병원 소속 전공의 9명(병원당 3명) 모두 결근 중이다. 한국병원에서도 협력병원 파견 전공의 2명 중 1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제주대병원은 22일부터 수술실 총 12실 중 4실의 운영을 중단하고 8실만 운영키로 했다.

 

김명재 제주도 보건위생과 과장은 “구체적인 수술 취소 사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수술실 운영 축소는 수술 건수 축소를 뜻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는 응급의료기관과 연계해 응급상황 발생 시 환자를 여력이 있는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비상진료 대책상황실을 운영한다.

 

도는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24시간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하도록 하고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 시간 연장, 주말·공휴일 진료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도록 할 방침이다.

 

응급환자 대상 24시간 비상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응급실 당직 근무 명단을 확인해 당직 의사가 근무하지 않는다면 응급실 근무 명령 미준수 확인서를 떼 보건복지부를 통해 조치하게 할 계획이다.

 

또 의원급 동네 의료기관까지 진료 공백이 확산하는 경우 보건소의 연장 진료를 추진한다.

 

도는 의료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이날부터 2인1조로 4개반을 편성해 전공의 근무 상황 등을 점검하는 현지 조사에 돌입했다.

 

현장 조사에서는 전공의 근무 상황을 점검해 전공의 휴진 참여자가 확인되는 경우 업무 개시 명령서를 교부할 방침이다.

 

강동원 제주도 도민안전건강실장은 “의료 공백을 방지하고 도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정부 지침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방안전본부, 응급환자 우선 이송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하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비해 119비상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의료공백 최소화에 나선다.

 

119구급현장에서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중심으로 우선 이송하되, 병원 이송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응급환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이송병원 선정을 전담할 방침이다.

 

사진=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구급대 중증도 분류에 따라 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대형병원으로, 비응급환자는 지역 응급의료센터나 응급의료기관 등으로 이송이 이뤄진다.

 

또한 119응급의료 상담 신고전화 폭주를 대비해 현재 2대(2명)인 상담 수보대를 파업단계 시 3대(3명), 장기화 시 4대(4명)으로 증설하는 등 수보대 및 상담 인력을 단계별로 보강한다. 도민들의 의료 이용 불편 최소화를 위해 친절 응대 기조하에 의료상담, 병원 안내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고민자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장은 “전공의 집단행동과 관련한 의료공백 등으로 도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제한된 인력으로 긴급상황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한 시기인 만큼, 경증 환자는 119구급차 이용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