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K디스카운트 해소에 거는 기대

日 34년래 최고 주가 기록 뒤엔
긴 시간 주주환원정책 공들인 덕
韓도 주주이익보호 미룰 수 없어
기업들 자발적 환경조성도 필요

지난 7일 밤 방영된 KBS 1TV 특별 대담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은 말미에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어린이를 많이 아낀 따뜻한 대통령,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이어 웃음을 지으면서 “이런 인상을 가지셨으면 하는데, 모르겠다. 얼마나 할 수 있을지”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보태 우리 주식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를 해결한 대통령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5000만 국민 중 1400만에 달하는 개미 또한 소위 ‘유니셔티브’(Yoonitiative)라 불리는 ‘주주환원 강화’ 정책 행보에 같은 심정일 터, 윤 대통령에게 응원을 보낸다.

황계식 경제부장

오랜 기간 자본시장을 연구해온 학자와 최근 대화를 나누다 이내 화두는 이번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옮겨갔다. 이 학자는 역대 정권과 비교되는 윤 대통령의 남다른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대표적인 대목으로 ‘상법 개정’을 꼽았다. “재계 반발에 좌파 정권조차 밀어붙이기 꺼렸다”면서 성공하길 기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역대 대통령 최초로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 역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장사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상법 개정 전망을 둘러싸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마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정책의 하나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발표가 오는 26일로 예고되면서 증권가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란 대주주와 소액주주 모두 1주당 가치를 동등하게 보호한다는 개념으로, 소액주주에 반하는 이사회의 경영 판단을 제한하자는 게 근본 취지다. 현행 상법 382조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법 개정안 찬성 목소리다. 실제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오는 23일 열릴 롯데알미늄 주총을 앞두고 사측의 물적분할 결정으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정관 변경을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주주 제안서를 보내 관철했다. 앞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반영한 상법 개정이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의 시금석으로 해석되어선 곤란하다.

무엇보다 재계는 그간 복잡 다양한 주주 전체의 의사를 경영적 판단에 반영하기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사회가 주주 일각의 눈치를 보다 자칫 실기(失機)할 가능성도 크다고 입을 모아왔다. 이사회의 판단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훼손했는지 기준조차 모호하다고 토로한다. 상법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명시된다면 이를 근거로 이사회의 판단이 향후 재판 등을 통해 법적인 제재까지 받을 수 있는 만큼 재계 반발은 앞으로도 지속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법적 구속력 유무를 떠나 전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수탁자 의무를 현실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힘쓸 때다.

주가지수가 34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이웃 일본은 10년 넘게 꾸준히 주주환원 정책을 준비해왔다. 장기적으로 보면 도쿄증권거래소가 2015년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하면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 회피 의무 등을 명시한 뒤 증시 랠리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우리도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한국거래소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상장기업 이사회가 자발적으로 주주 전체를 위한 충실 의무를 다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하는 게 급선무다. 그런 다음 상법에도 이 규정을 명시할지 각계 의견을 경청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결정해도 늦지 않다. 윤 대통령이 앞장서 이해관계자와 끊임없이 소통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면 가장 큰 수확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