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으로 사표를 내고 진료를 거부하고 있는 전공의들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료거부를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최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지만,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지불제도 개편, 비급여 항목 혼합진료 금지, 진료면허와 개원면허 제도 도입, 인턴 수련기간 연장, 미용시장 개방 등 의료계에 불리한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라는 터무니없는 수치를 발표했다. 전공의들은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금껏 이러한 문제를 외면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 의료마비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교육자인 전공의가 없으면 병원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현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가 전공의들을 비민주적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 초법적인 행정명령을 남발하며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을 전면 철회하고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대전협은 정부에 ▲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 과학적인 의사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제시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요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오후 5시간 동안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직장을 그만두고 오늘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박단 회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박 회장은 원래 세브란스병원의 응급의학과 전공의였으나, 그 전날 병원에 사표를 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수 위원장은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회의장을 찾아 전공의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 대표자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함께하겠다”고 밝혔으며, 박단 대전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참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본인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 도중에 한 시민이 대한의사협회로 찾아와 전공의들에게 “환자를 내팽개치고 파업해도 되는 것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의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 28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해당 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중 약 55%가 집단휴진 참여 의사를 밝히며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서를 낸 사람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1630명이 무단으로 결근했고, 보건복지부는 이들 중 831명에게 업무복귀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