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동포 통일 꿈꾸는 계기 될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북배경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4.2.21/뉴스1

통일부가 올해부터 7월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지정해 기념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어제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북(北)배경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일이 1997년 7월14일임을 감안해 날짜를 그렇게 정했다. 탈북민의 포용과 사회통합이 우리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지, 북한 주민이 아니다”라며 관련 기념일 제정을 지시했다. 북한이 남북의 동족관계를 부인하면서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를 들고나온 직후다. 북한이 민족 개념을 부정할수록 우리는 더더욱 민족을 강조하겠다는 것으로 올바른 판단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를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정부가 보살펴야 할 우리 국민이 틀림없다.



흔히 ‘먼저 온 통일’로 불리는 국내 탈북민은 3만4000여명에 이른다. 그중에는 남한에서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도 있으나 그렇지 못한 이가 더 많다. 남북하나재단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2023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탈북민 고용률은 60.5%로 일반 국민 평균치 63.5%보다 3%포인트 낮다. 남한 사회가 불만족스럽고 적응이 어렵다는 이들도 여전하다. 이유를 물으니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탈북민에 대한 남한 사회의 차별이나 편견 때문에’ 등 답변이 돌아왔다. 기념일 제정이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탈북민의 남한 안착과 경제적 자립 지원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 탈북민을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을 바꿔 우리 사회가 그들을 포용하는 데 일조하길 고대한다. 탈북민들이 남한에서 잘살아야 ‘나중에 올 통일’인 지금의 북한 주민들도 하루빨리 통일이 실현되기를 꿈꾸지 않겠는가.

김 장관은 16일 전쟁기념관 특강에서 ‘국내 탈북민 3만4000여명의 10배 넘는 인원이 탈북 도중 희생됐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여기엔 중국에서 붙잡혀 강제로 북송된 북한 주민도 포함됐을 것이다. 정부는 중국 내 탈북민들의 강제 북송 저지에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분단과 전쟁의 대표적 피해자인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역시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