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가려는데 출국금지, 북한 아냐?” 전공의 분노…병무청 “사실 아냐”

의협 “의사들 강력범죄자 취급” 반발
병무청 “국외여행 허가받는 게 원칙”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관계자가 가운을 손에 들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병역 미필 전공의들이 국외여행허가 신청 시 병무청은 일단 보류하고 본청에 명단을 통보하라고 지방청에 지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병무청은 21일 지방청에 보낸 공문을 통해 “최근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전공의 집단사직서 제출’ 언론 보도와 관련해 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의무사관후보생(전공의)의 국외여행허가 지침을 보다 세분화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집단행동으로 사직서를 제출해 업무개시명령 대상자가 된 경우 정상 수련 중인 전공의와 마찬가지로 소속기관장 추천서를 꼭 받도록 했다. 본인 질병 등 사유로 정상 퇴직해 업무개시명령 대상자가 아닌 경우 현행대로 소속기관장의 추천서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전공의가 국외여행허가를 신청하면서 추천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일단 허가를 보류하고 메모 등의 방식으로 본청에 즉시 통보하도록 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전공의가 국외여행허가를 신청하면 일단 보류하라는 병무청 지시에 대해 “병무청은 중범죄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발령되는 출국금지 명령이나 다름없는 공문을 보냈다”며 “정부가 의사들을 강력범죄자와 동일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생명권은 당연히 소중하나 의사인 전문가 집단의 직업 선택 자유 역시 국민 기본권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는데도 소속 단체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의 전공의 기본권 탄압은 이성을 상실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상에 전공의가 출국금지 당했다는 불만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의사임을 인증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는 “동료들이 떠나서 일이 너무 몰리고 힘들어 사직한 전공의 후배가 쉴 겸 도쿄 여행 가려고 했더니, 병무청에서 출국금지했다. 혹시 나 북한 살고 있는 거 맞냐. 출국금지 영장도 안 나왔는데 출국금지, 이거 위헌 아니냐”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병무청 측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채 집단행동에 돌입한 병역 미필 의무사관후보생 포함 전공의들의 사표가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라며 “병무청이 이들의 국외여행 강제금지를 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지방청에 공문을 발송한 이유에 대해선 “아직 사직서가 수리된 것이 아니므로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의 해외여행 허가는 병역법에 따라 병원 소속기관장의 동의를 얻어야 할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퇴직한 의무사관후보생은 병원장 추천서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사직서만 제출한 경우 퇴직자와 동일하게 처리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전공의를 포함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대한민국 남성은 모두 국외여행 전 병무청의 승인을 받도록 병역법에 명시돼 있다.

 

병무청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의무사관후보생은 소속된 기관으로 복귀해 근무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본인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해도 퇴직 처리가 완료된 것으로 볼 수 없어 정상 수련 중인 사람과 동일하게 국외여행허가 민원을 처리하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병무청은 국외여행 민원업무를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