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박단 “정부의 ‘의료 정책’ 정치적 이용 의심… 빨리 결정해서 해결해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CBS 라디오서 정부의 ‘의료 정책’ 정치적 이용 주장
“의사 수만 늘린다고 근본 문제 해결할 수 없어” 강조…“소아과도 2024년 신규 전공의 미달”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의료진 부족’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뉴시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국 전공의들의 대표 격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정부가 의료 정책을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해) 10월 의대 증원 숫자가 처음 나왔을 때도 보궐선거 이후였고, 지금도 4월10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보니까 의료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저희가 요구하는 안을 정부가 어느 정도 수용한다면 언제든 병원에 돌아갈 의향이 있다”며 “정부가 빨리 결정을 내려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행자의 ‘정부가 의료 정책을 총선을 위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도 “충분히 그런 의심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박 비대위원장은 “의대 정원 숫자를 2000명이나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한꺼번에 2000명을 4월 이전에 그리고 복지부에서 2~3월 중에 늘리겠다고 하는 게 속도를 내야 할 다른 이유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다가오는 4·10 국회의원 총선거 등 선거 국면에서 민심 확보를 목적으로 정부가 의대 증원 문제를 내세운다는 박 비대위원장 주장으로 해석된다.

 

다만, 박 비대위원장의 주장을 100% 완벽한 사실로만은 보기 어렵다. 선거를 전후해 의대 증원 문제가 정치권에 오르내린 건 맞지만, 이미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붕괴 위기에 몰린 소아과 진료 등 필수의료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키로 하고 의료계와의 의대 정원 확충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보건복지부는 같은 내용의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지난해 1월 일찌감치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때도 이미 ▲입원·수술·처치료 인상 등 수가 정상화 ▲재정 투명성 제고 ▲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편 지속 추진 등 건보료 형평성 확대 ▲고가치료제 등재기간 단축 등 접근성 강화 등 내용이 언급됐다.

 

대전협은 지난 21일 5시간에 걸쳐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 구성과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박 비대위원장이 선출됐다. 대전협 회장이기도 한 그는 세브란스 응급의학과 전공의였지만 20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라디오에서 “5시간 동안 총회를 하면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많이 공유했는데, 저희도 병원을 나오기 전까지 환자 곁을 지키던 사람들이고, 저만 하더라도 (20일) 마지막 근무인데 최선을 다하고 나가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근무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분들께서 지금 불편함을 겪을 수 있는 건 저희도 충분히 알고 마음이 아프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정부에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제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서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소아과도 2024년 신규 전공의 미달이 났고, 필수 의료 영역이라고 하는 분야의 전공의를 지원하시는 분들이 대체적으로 미달”이라고 설명했다. ‘왜 미달이 나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한 뒤, 그는 “흔히 말하는 수가 문제도 있고 근로 환경 문제도 있다”며 “이런 것들을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의사 수를 단순히 늘린다고 해서 지금의 인턴, 의대생들이 과연 우리가 필요로 하는 필수 의료 영역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2000명 증원’에 대해서도 “근거가 납득이 안 된다”며, 박 비대위원장은 그만큼 늘어날 인력을 받아들일 교육 여건이 마련됐는지를 의심했다. 이와 함께 “사람들을 늘려서 병원을 더 싸게 운영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도 있다”며, 자신의 의대 시절 해부학 수업을 떠올린 후에는 “2000명이 늘어나면 (수업 환경이) 더 부족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여러 문제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하는 전공의들은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입원 환자 상태를 점검하는 등 각 병원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