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정책 내놔라”… 기후단체, 국민연금에 소송 제기

기후솔루션을 비롯한 기후환경단체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찾아 “국민연금은 탈석탄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석탄기업에 대한 투자는 국민들에게 재무적 또는 건강상 피해를 안긴다는 이유에서다.

경남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삼거리에서 국민연금의 탈석탄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제공

석탄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을 포함한 시민 35명은 이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을 상대로 “석탄투자제한 정책을 수립하지 않아 가입자에게 건강과 재무적 피해를 입었다”며 1인당 205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050만원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하는 2050년을 상징하는 금액이다. 이들은 “2021년 5월 국민연금이 기금의 석탄 채굴 및 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탈석탄 선언’을 한 후 1000일이 되는 날이다”며 “국민연금은 아직도 선언에 따른 정책조차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남환경연합, 기후솔루션, 빅웨이브 등 5개 기후환경단체가 주도해 이뤄진 이 소송은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기금이사·감사 등이 석탄기업에 대한 투자제한전략을 설립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골자로 한다. 국민연금공단이 탈석탄선언을 하면서 좌초자산이 될 수 있는 석탄기업에 대해 투자를 지속해 국민연금에 재정적 위험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김민 빅웨이브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의 석탄 관련 기업 투자액은 2021년 12조 6500억원에서 올해 13조원 가까이 늘어났다”며 “앞으로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젊은 세대 입장에서 생각하면 내가 낸 보험료가 내 미래를 위협하는 곳에 쓰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태주 60+기후행동 운영위원은 “국민연금이 석탄 기업들을 연명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미세먼지를 통해서 건강을 위협하고 기후위기 해결을 늦춰 그 비용과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전가한다”고 지적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삼거리에서 석탄발전소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인근 주민이 받는 건강 피해를 형상화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제공

소송에는 석탄발전소 인근 지역 거주민 3명도 참여했다. 석탄기업의 활동으로 지역 주민에게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해 직접적인 건강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과 핀란드 대기환경 연구단체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석탄발전소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산출되는 건강 피해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김현지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국민연금의 석탄투자는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처사다”며 “원고들은 건강 또는 재무적 피해를 이유로 기금 운영 정책 결정자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기금이사, 감사에 대해 원고 1인당 2050만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