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 권도형, 미국서 재판받는다… 형량 얼마나 될까

몬테네그로법원 “한국 요청 기각”
韓서는 경제사범 최고형량 40년
美서 중형 전망… 100년 넘을 수도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피한 지 22개월 만에 미국으로 송환된다.

 

2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일간 포베다에 따르면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도형이 금융 운영 분야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한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법원은 권씨에 대한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비예스티 제공, 연합뉴스

권씨의 송환 결정이 나온 것은 그가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도피한 지 22개월 만이다. 그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됐다. 권씨 측은 항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 고등법원에 권씨의 송환국을 결정하라고 명령한 곳이 바로 항소법원이기 때문이다.

 

권씨가 미국으로 언제 인도될지는 미지수지만 몬테네그로 당국이 권씨를 붙잡아 둘 수 있는 기간이 끝나는 3월22일 전에는 미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소송 재판이 다음달 25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시작될 예정인데 권씨가 미국으로 인도되면 출석할 가능성이 있다. SEC는 2022년 2월부터 가상자산에 증권성이 있다는 판단을 적용해 권씨에 대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재판부는 권씨에게 중형을 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앞서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미국 연방법원에서 기소돼 지난달 유죄 평결을 받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올해 3월 선고 공판에서 사실상 종신형인 100년형 이상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CNN방송은 뱅크먼프리드가 오는 3월 예정된 선고기일에 받을 형량이 징역 110년형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며, 경제매체 CNBC는 최대 115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권씨는 한때 가상화폐 업계 ‘젊은 천재’로 불렸지만,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하루아침에 범죄자이자 도피자로 전락했다. 사태가 터지기 직전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그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세르비아 등을 거쳐 몬테네그로로 갔고, 지난해 3월23일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으로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붙잡혔다.

 

권씨 신병이 확보되자 한국과 미국 수사 당국은 모두 몬테네그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권씨가 단순 검거되지 않고 몬테네그로 관할권에서 형사 사건의 당사자가 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게다가 권씨가 현지 법률대리인을 고용해 방어권 행사에 주력하면서 시간은 더욱 지체됐다.

 

권씨는 같은 해 5월 위조 여권 사건과 관련한 첫 재판에서 보석을 청구하며 보석금으로 40만유로(약 5억8000만원)를 제시하기도 했다. 보석이 받아들여졌다가 검찰의 항고로 다시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해 6월19일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권씨가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범죄인 인도 절차가 개시됐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나흘 앞둔 지난해 6월15일 범죄인 인도 절차를 이유로 권씨에게 6개월간 범죄인 인도 구금을 명령했다. 이후 법원이 2개월 추가 구금을 명령하면서 권씨는 이달 15일까지 범죄인 인도 구금으로만 8개월 더 몬테네그로에 붙잡혀 있었다.

 

몬테네그로 법원은 지난해 11월24일 권씨의 범죄인 인도를 승인했고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송환될지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판단했다. 권씨 측 변호인은 지난달 17일 현지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권도형은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100%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결국 권씨는 미국에서 죗값을 치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