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명 사상 의정부 아파트 화재…대법 “도에 배상 책임 묻기 어려워”

대법, 유족 일부 승소 원심 파기
“道, 당시 방화시설 점검의무 없어”
1·2심 ‘17억 배상’ 판결 뒤집어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와 관련해 경기도에 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아파트에 일부 방화 시설이 설치되지 않았지만, 당시 법령으로는 의무점검 대상이 아니었다는 판단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박모씨 등 유족 11명이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15년 1월12일 경기도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열린 유관기관 합동 현장감식에서 감식반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1월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입주민 5명이 숨지고 120여명이 다쳤다. 화재 시 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도어클로저’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1심 법원은 시공사와 감리업체, 경기도가 모두 사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며 총 17억2000여만원을 함께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방시설법과 구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소방시설 등’에는 방화문도 포함된다”며 “소방공무원들은 특별조사에서 각 층 계단실 앞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적절한 지도·감독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상 의무 위반”이라고 했다. 2심 법원도 이런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경기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사고 당시 적용되던 시행령상 도어클로저의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게 필수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됐는지는 방화시설의 설치·유지 및 관리에 관한 사항으로 소방특별조사를 하는 경우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항목이 아니라 조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실시할 수 있는 조사 항목”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가 조사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소방공무원들이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직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