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하게 대립하며 무역 갈등을 빚었던 중국과 호주가 화해 무드로 들어서면서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 최대 218%까지 부과했던 보복관세도 철폐 절차를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허야둥(何亞東)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법에 따라 호주산 와인에 대한 반덤핑 및 상계 관세에 대한 조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모든 해당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와 중국은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엮여 있었지만 2018년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자국 5세대(5G) 이동통신망에서 배제하는 조치에 합류하며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호주가 2020년 “코로나19 발원지를 국제사회가 조사해야 한다”며 미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고, 이듬해에는 미국·영국과 중국을 겨냥한 군사동맹 오커스(AUKUS)까지 결성하며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중국은 와인과 석탄, 보리, 소고기, 랍스터 등 호주산 제품 수입을 중단하고 고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2021년 양국간 외교 채널이 중단되기도 했다.
2022년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취임한 것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화해 국면에 들어섰다.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해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11월 호주 와인 업계의 신청에 따라 보복관세에 대한 검토 조사를 실시했다. 검토 기간은 1년 간이며 올해 11월 이전에 종료될 예정으로, 업계에서는 다음달 보복관세 철폐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추측을 바탕으로 호주 와인 제조업체들은 중국 시장으로 복귀하기 위해 홍콩으로의 선적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산 와인은 2019년 중국 와인 시장의 35.54%를 차지하며 프랑스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반덤핑 관세 부과와 양국 관계 악화 이후 시장 점유율을 잃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와인 수입 상위 5개국은 프랑스, 칠레, 이탈리아, 미국, 스페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호주가 상위권에서 내려갔음에도 최근 호주 와인 제조업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중국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중국 해관총서 데이터에 따르면 양국 간 무역은 지난해 전년 대비 9.8% 성장하며 2019년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석탄, 보리, 면화 등 다양한 호주 상품의 수입이 회복돼 무역 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8월 고율관세가 폐지된 보리의 경우 지난해 12월 호주의 보리 수출량 중 90%를 중국이 구매하는 등 수입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